하이닉스 반도체 향배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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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여원 신규지원해야 회생가능"

전문가시각 회의와 기대 엇갈려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은 하이닉스반도체를 회생시키려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출자전환.채무만기연장 등 5조원의 지원방안외에 2조원에 가까운 특단의 신규자금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5조원 지원방안 마저 제대로 이뤄질 지 매우 불투명한 상황인 만큼 아예 경제논리에 따라 조속히 청산 또는 매각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26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삼성경제연구소와 증권사의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최근들어 하이닉스의 회생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하이닉스가 무너지면 한국경제는 대우사태에 버금가는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채권단은 이 회사를 어떤 방식으로든 살리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않다.

◆ "하이닉스 회생 어렵다" 현재로서는 채권단의 지원이 쉽지 않은데다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반도체경기가급반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또다시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않다.

아울러 정부와 채권단이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만큼 하이닉스의 목숨을 일단연장해 놓고 보자는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KDI의 남일총 선임연구원은 하이닉스문제는 국내외 입찰을 통해 매각하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게 현명하다면서 하이닉스에 대한 추가지원도 어렵고 증자도 여의치않은 상황에서 계속 붙들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강원 박사는 대우그룹의 상처가 어느정도 치유된 상황에서 하이닉스를 청산하는데 더이상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하이닉스는 시장경제논리로는 살아남을 수 없으며 이런 기업에 대한 지원은 다른 통신.바이오 등 유망기업들의 직.간접적 희생으로 이어진다고 그는 주장했다.

김성인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채권단이 출자전환 등으로 5조원의 지원방안을마련하더라도 1조4천억원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또 현재 1달러 수준인 64메가 D램의 가격이 앞으로 2년간 2.5달러 수준을 유지해야 하이닉스가 생존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반도체경기가 그렇게 될 가능성이없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청주.구미공장을 LG에 되돌려주고 이천공장은 삼성전자가 위탁경영토록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해다.

한국투신의 민후식 애널리스트는 최근 하이닉스에 대한 지원논의 과정을 보면이 회사의 회생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닉스를 살리려면 2조원에 이르는 신규자금 지원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공적자금이 투입될 수 없는 상황인데다 채권단 구성원이 너무 많아 지원을 위한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어떤 방식으로든 살려야 한다" 채권단 등이 11조원에 이르는 부채를 모두 떼이기보다는 어떤 방식으로든 살리는 쪽으로 결론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적지 않다.

아울러 정부도 국내총생산(GDP)의 2%가량을 차지하고 하청업체를 포함하면 10만명 이상의 식구를 먹여살리고 있는데다 위기에 빠졌을 경우 대우사태에 버금가는 충격을 몰고 오는 하이닉스를 그대로 방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병서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가 무너지면 한국경제는 엄청난 타격을입고 해외 경쟁사들만 좋아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하이닉스가 1년정도 버티면 해외 경쟁사들의 도태로 인해 자연스런 감산이 이뤄지고 반도체가격도 오른다고말했다.

SK증권의 전우종 애널리스트도 반도체업체들은 매년 매출액의 20∼25%에 이르는금액의 설비투자를 해야 하며 하이닉스는 내년에 적어도 2조원 가량의 설비투자를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적어도 올해만으로 1조원 가량의 신규자금 지원이 필요하며 현재 논의되고있는 채권단 지원방안은 죽어가는 목숨을 연장하는 조치에 불과하다면서 대규모 신규자금 지원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희진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제품구성면에서 하이닉스의 경쟁력은 결코 약하지 않은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살리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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