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낡은 규격'이 수출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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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뒤떨어진 경차 규격이 수출에 발목을 잡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http://www.kama.or.kr)에 따르면 경차 수출 주력시장인 유럽의 경우 대부분의 경차 차폭이 1.6m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1.5m로 규제하고 있어 수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이 규격은 재정경제부가 세수확보를 위해 1988년 12월 배기량을 8백㏄ 이하로, 90년에는 차폭을 1.5m로 다른 나라보다 작은 규격으로 정한 이후 계속 유지되고 있다.

유럽은 우리나라 경차 수출시장의 80%를 차지하는 가장 큰 시장으로 차폭 제한이 없다. 연간 승용차시장 1천5백만대 중 경차가 1백만대에 달할 정도다.

경차 수출은 올해 상반기 10만5천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7%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수출물량도 20%나 줄었다.

이는 경쟁 유럽 경차의 폭이 10㎝ 이상 넓어 충분한 실내 공간과 안전도를 확보한 데다 엔진 배기량이 모두 1천㏄대로 힘이 좋기 때문.

유럽의 주요 자동차업체인 르노.포드.폴크스바겐 등이 생산하는 경차 폭은 1.6m가 넘는다. 피아트도 현재 폭 1.5m에서 2003년 나올 차세대 모델은 1.6m로 키운다.

자동차업계는 유럽 경차 크기에 맞춰 이를 따로 개발할 경우 5백억~1천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차인 아토스.비스토는 수출차에는 출력을 높이기 위해 1천㏄ 엔진을 얹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차 폭이 국제 추세인 1.6m로 커지면 내년 양산할 월드카(리터카)의 플랫폼 공유가 가능하다. 개발비가 7백억원 절감돼 수출 차량의 가격경쟁력을 확보, 경차 수출을 배 이상 늘릴 수 있다" 고 말했다.

경차는 내수에서도 연비가 나쁜 데다 안전도가 떨어져 99년 이후 해마다 20% 이상 감소하고 있다. 98년 경제위기 때는 경차 판매가 급신장, 승용차시장의 27%를 차지했으나 이후 계속 줄어 올 상반기 8.4%까지 떨어졌다.

이같은 추세에도 불구하고 재정경제부는 등록세.자동차세를 절반 정도 감면해주는 경차 시장이 커질 경우 세수가 주는 것을 우려, 개선을 꺼리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경차 판매비중이 현재 8%에서 15%로 증가할 경우 세수 감소액은 1천1백20억원으로 전체 자동차 관련 세수(18조원)의 0.6%에 지나지 않는 데다 세컨드카로 경차 구입이 늘어 오히려 세수 폭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공업협회는 다음달 경차의 차폭을 1.6m로 늘려 달라는 건의안을 재경부.건교부에 내기로 했다.

김태진 기자 t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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