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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무역 파트너 1위는 중국, 2위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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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18일부터 캄보디아 프놈펜에서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정상회의, 아세안+1(아세안+한국 등 특정국가와의 회동), 아세안+3(아세안+한·중·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아세안+3+미·러·인도·호주·뉴질랜드) 등 일련의 정상회의가 연이어 개최된다. 특히 이번 프놈펜 회의는 버락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다시 선택한 미국과 시진핑(習近平) 시대를 막 개막한 중국이 동아시아 외교무대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과 협력의 각축장이 될 것임을 예고한다.

 G2(미국+중국) 시대를 이끌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그간 아세안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이 첫 해외순방지로 태국·미얀마·캄보디아를 택한 것도 그 일환이다. 아세안은 이제 미·중은 물론 일본·러시아와 인도 등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중요한 이해관계가 있는 강대국들을 끌어들여 지역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로 창설 45주년을 맞은 아세안은 유럽연합(EU)을 모델로 한 ‘정치·안보·경제·사회 문화공동체’를 2015년 출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품·서비스·전문인력의 자유이동과 자본시장의 자유화를 통해 단일 생산기지와 소비시장으로 새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회원국 국내총생산(GDP) 합이 2조1800억 달러, 인구 6억8000만 명의 아세안은 머지않은 장래에 중국·인도와 함께 각각 10억 이상의 인구를 가진 초대형 경제권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중국이 부상하고 있는 지금 아세안은 이미 우리에게 큰 모습으로 다가서고 있다. 지난해 쌍방 간 교역량은 1250억 달러로 아세안은 우리에게 중국 다음으로 큰 제2의 교역 대상지역이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한-중 교역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4% 줄어든 반면 대아세안 무역은 3% 늘었다. 대중국 수출이 2% 감소한 반면 대아세안 수출은 7%나 증가했다. 해외 직접투자도 올해 상반기 대아세안 투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약 50%가 늘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을 제치고 처음으로 아세안은 한국의 제1위 투자 대상지역으로 떠올랐다.

 아세안은 한류가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할 길목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서 한국어 학습자가 미·일 다음으로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양 지역 간 상호 방문이 연간 500만 명을 넘어섰다. 아세안은 우리 국민이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이다. 특히 근로자·결혼이주민·유학생으로서 국내에 거주 중인 약 23만 명의 아세안 국민은 한국이 성숙한 다문화사회로 변모해 가는 과정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아세안은 현재 자신들의 개발 수준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이 가장 적합한 협력 파트너라고 인식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아세안에서 크게 꽃피울 수 있는 이유다. 또 우리의 국민적 염원인 무역 2조 달러와 GDP 2조 달러 달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핵심 파트너가 아세안이다.

 이제 G2 시대의 본격적인 개시와 맞물려 개최되고 있는 이번 캄보디아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동아시아 역내 최대 안보현안이 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결을 위해 시진핑 시대의 중국과 아세안이 벌여나갈 협상을 우리는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5세대 새로운 지도부 시대를 맞이해 협력적·전향적 태도 변화를 보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아세안과의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자유무역협정) 협상 출범 선언이 예정돼 있는 만큼 우리는 동아시아 자유무역 질서 창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이번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를 G2와 동아시아 외교무대에서 전략적 협력을 한층 강화하면서 아세안과의 협력을 통해 상호 승리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