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월드컵 아시아 예선서 사우디 격파

중앙일보

입력

이라크가 바레인에게 무릎을 꿇은데 이어 이번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에 격침당했다.

이란은 25일 (한국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벌어진 2002 한.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경기에서 알리 다에이의 연속골에 힘입어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물리치고 첫승을 기록했다.

10만여 홈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란은 전반전 내내 사우디아라비아를 맞아 경기주도권을 잡고서도 혹시 모를 반격에 대비해 미드필드를 넘어가면서부터는 조심스러운 경기를 풀어 나갔다.

팽팽하던 0-0의 균형을 깬 것은 독일 분데스리가 헤르타 베를린에서 활약중인 이란의 스트라이커 다에이였다.

후반 시작과 함께 팀동료가 올려준 센터링을 몇 차례 공중에 날려버렸던 다에이는 후반 10분 사우디아라비아의 골키퍼 모하메드 알 - 코잘리의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선취골을 뽑았다.

이어 후반 20분 다에이는 18m짜리 중거리슛을 사우디아라비아의 골문에 꽂아 넣어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후반 13분 수비수 살레 알 - 사크리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해 수적 열세에 몰렸으며 이란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이용해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날 경기는 외국인 감독끼리의 맞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승리를 거둔 이란의 미로슬라프 블라세비치 감독은 지난 프랑스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를 4강까지 올려놓은 명장으로 이번 승리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더욱 굳혔다. 반면 바레인전 무승부에 이어 이란전 패배로 두 경기를 마치고도 승점 1밖에 따내지 못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슬로보단 산트라치 감독은 성적부진에 따른 사임 압력에 처하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두번의 월드컵 (94미국.98프랑스) 본선에 연속 진출한 바 있으며, 이란은 프랑스월드컵에서 미국을 꺾고 아시아 국가중 처음으로 본선 첫승을 신고한 바 있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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