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밤거리 헤매던 청소년 5000여명에 새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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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의 청소년 문제가 일본처럼 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됩니다. "

밤거리를 헤매던 5000여 명의 일본 청소년들에게 새 삶을 찾아준 '밤의 선생님'미즈타니 오사무(水谷修.49)가 28일 한국을 찾았다. 13년간 비행 청소년들을 선도해온 그는 지난해 '얘들아, 너희가 나쁜게 아니야'를 출간해 일본 청소년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이 책은 올해 초 한국에서도 출간됐다.

"일진회는 이미 12년 전에 일본에서 사회적 문제가 됐던 것입니다. 왕따(이지메)처럼 한국의 청소년 문제가 일본을 뒤따르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죠."그나마 한국에서는 학교와 교사가 학생들을 잘 선도하고 있어 문제가 더 커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일본에서는 약물을 복용하고 자해하는 아이들이 100만 명이 넘습니다. 일본처럼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된 후에 대처하면 이미 늦어버려요."

원조교제를 하는 아이, 약물을 복용한 아이, 도둑질을 한 아이… 어떤 잘못을 한 아이들에게도 "괜찮다"고 말한다는 그는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다려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미즈타니는 지난해 책을 출간한 뒤 도움을 요청하는 e-메일을 12만 통이나 받았다고 했다. "아이들이 믿고 얘기할 곳이 없는 겁니다. 많은 문제를 가진 아이일수록 상처가 깊었지만 제가 다가가면 마음을 더 활짝 열었어요."그는 자신이 밤거리로 직접 나선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강연과 인터뷰로 꽉찬 3박4일 일정에도 불구하고 약물중독을 경험한 아이들이 있는 안산의 대안학교 '들꽃피는 마을'을 방문할 계획이다. "어떤 꽃씨도 정성스레 가꿔주면 꽃을 피우듯이 아이들도 따뜻하게 보살핌을 받으면 꽃을 피울 겁니다."

그는 최근 두번째 책 '밤을 순찰하는 선생님과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이들'을 출간했다. 이번엔 과거를 잊고 희망을 찾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은 곧 한국에서도 출간될 예정이다.

글=홍주희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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