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후보의 불편한 진실 - 말 바꾸기] 박근혜 먹튀방지법-투표시간 연장 동시 처리, 측근이 번복하자 두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14일 충북 청주시 석교동 육거리시장에서 김을 사고 있다. [청주=김형수 기자]

선거에는 ‘내가 잘해서라기보다 상대방이 못해서 이긴다’는 얘기가 있다. 실제 지난 4·11 총선에서 ‘나꼼수’ 진행자인 김용민(서울 노원갑) 민주통합당 후보의 막말 논란은 새누리당에 도움을 줬다는 분석이 있다. 총선도 아닌 대선에서 후보의 일관성과 안정감은 중요한 덕목이다. 후보가 이랬다저랬다 하는 모습을 보일 때 유권자들은 불안해한다. 이게 오래가면 유권자들은 냉소적으로 변한다. 후보뿐 아니라 참모들의 실수도 후보에겐 부담이다.

[특집] '18대 대통령 선거' 바로가기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최근 해양수산부를 부활시켜 부산에 두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 부산을 방문했을 때 “해수부를 부활시킨 뒤 부산에 두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2008년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해양수산부를 없애는 정부조직법안을 발의했을 때, 박 후보도 이 법안을 공동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그때는 설령 그렇게 판단했더라도 잘못됐었다는 점은 인정하고 넘어가야 (해수부 부활 공약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인 이정현 공보단장을 감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공보단장은 지난달 29일 “여야가 국회에서 투표시간 연장과 ‘먹튀방지법’을 동시에 논의해 관련 법을 고치자”고 했었다. 이에 문 후보가 “먹튀방지법을 수용할 테니 약속대로 투표시간 연장에 동의하라”고 하자 새누리당은 “공보단장의 개인적인 입장(박선규 대변인)”이라며 태도를 바꿨다. 당시 박 후보도 “서로 교환조건으로 얘기한 게 아니라 이런 법도 논의해 보자고 한 것”이라며 이 단장을 두둔했다.

 결국 박 후보 측은 문 후보에게 “정치가 장난이냐”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야당은 5·16이나 인혁당 사건에 대한 박 후보의 공개사과를 대표적 말 바꾸기 사례로 꼽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9월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혁당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했었다. 그러다 9월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요즘에는 박 후보 참모들의 ‘설화(舌禍)’가 박 후보에게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잦다. 선대위의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은 11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안 캠프 측이 여론조사 기관에 돈을 엄청 풀었다는 애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 후보 캠프 측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의사를 밝히자 “100%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런 소문이 있다는 의미였다. 사실을 확인하고 한 발언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박근혜 후보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나. 만약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하지 못한다면 이 발언을 박근혜 후보의 발언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9일 열린 선대위 전체회의에선 김태호 공동의장이 야권의 단일화 논의를 비판하면서 “국민을 ‘홍어X’ 정도로 생각하는 사기극은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어 생식기를 가리키는 이 말은 파장을 일으켰고 민주당은 12일 김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회의 때마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쏟아내는 거친 말들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지적도 있다. ‘홍어X’ 발언 외에도 새누리당은 ‘통 큰 사기극’ ‘권력을 위해 영혼을 파는 야바위 행위’ ‘썩은 정치’ 등의 표현으로 단일화를 비난해 왔다.

이소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