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투신 매각 타결에 증시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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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투신 매각협상이 타결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특히 매각협상 기대감에 강세를 보여왔던 증권주는 3.27%나 하락하며 주요업종 가운데 건설업에 이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현투 매각은 1년 이상 끌어온 화두인데다 최근 '외자유치는 확정적' 이라는 정부의 발표로 주가에 이미 상당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오히려 "뉴스에 팔라" 는 격언대로 재료가 노출되자 매물을 대량으로 내놓았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현대투신 매각은 설사 좋은 조건으로 타결돼도 지수 600선을 돌파하는 재료로는 부족했다" 며 "시장의 관심은 앞으로 대우차 매각 협상 등 다른 구조조정 현안으로 옮아갈 것" 이라고 지적했다.

◇ "중장기 호재"=현투 매각이 본계약까지 순조롭게 성사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호재로 작용하리라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증시의 발목을 잡아온 뇌관 하나가 제거됐기 때문이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주요 구조조정 변수 중 하나가 매듭지어졌다는 점에서 증시의 내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 이라며 "투신권의 신뢰가 회복돼 자금이 유입되면 수익증권(펀드)을 통해 증시의 수요 기반이 확충될 수 있다" 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거꾸로 현투 매각 협상이 결렬됐으면 증시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쳤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 할인발행은 현대증권에 악재=현대투신 매각으로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되던 현대증권은 23일 오히려 10.44%나 떨어져 9천원을 기록했다.

AIG컨소시엄의 신주인수가격이 예상과 달리 현주가보다 낮은 8천9백40원에 결정된 데다 증자대금 4천억원이 모두 현대투신증권에 우회 출자되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주주들로서는 증자에 따른 주당 가치 하락분을 고스란히 현대투신증권의 부실 처리에 부담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증권의 증자대금이 모두 현대투신증권으로 갈 경우 현대증권의 주당 순자산가치는 약 30% 줄어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LG투자증권 이준재 연구원은 "현대증권 주가는 주식 가치 하락에 따라 단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 이라며 "중기적으로는 본계약 체결 이후 AIG가 제시할 투자.경영 계획에 따라 주가 향방이 좌우될 전망" 이라고 말했다.

나현철.하재식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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