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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투신증권 등 3개사 AIG 매각협상 타결 반응]

중앙일보

입력

AIG컨소시엄을 새로운 대주주로 맞이한 현대투자신탁증권과 현대증권, 현대투자신탁운용 등 3개사는 회사별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현투증권과 현대투신운용 임직원들은 23일 그동안 1년 이상을 끌어온 AIG컨소시엄 외자유치 협상이 마침내 결론을 맺게 됐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한 반면 현대증권 직원들은 침울한 표정을 보였다.

◇ 현대투자신탁증권

현투증권 직원들은 이번 협상 타결로 부실 회사의 이미지를 떨쳐버리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면서 앞으로 고객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현투증권 관계자는 "우리 직원들은 러시아펀드 사태와 한남투신 인수, 대우사태등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여 왔으며 앞으로 회사에 어떤 변화가 오든 충분히 극복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부실 이미지로 그동안 영업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앞으로 AIG와 함께 영업에 본격 나서 업계 선두자리로 올라서는 것은 물론 국제적인 금융회사로 거듭 태어나도록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현투증권 직원들은 대규모 물갈이설과 관련, "그동안 신입직원을 뽑지 않고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면서 "임원들의 경우 교체가 불가피하겠지만 직원 감원이나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

◇ 현대증권

현대증권 직원들은 AIG컨소시엄 자금 유치 결정이 최종적으로 내려지자 전직원들이 침울한 분위기에 젖어들었으며 일부 직원들은 강한 목소리로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현대증권이 내부적으로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이유는 신주를 8천940원에 할인 발행한다는 점과 함께 AIG 출자금 4천억원 전액을 현대투신증권에 재출자한다는점이다.

현대증권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양해각서 체결 당시 기준가에 10%를 할증하여신주를 발행키로 합의했음에도 주당 순자산가치 1만3천원대인 현대증권 주가를 할인발행해 회사 가치를 절하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물론 시간이 촉박해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주당 순자산가치는 물론 현재 주가에 비해서도 할인된 가격으로 경영권을 넘긴 것은 치욕"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증권의 증자대금이 현대투신증권에 전액 재출자되는 것에 대해서는 노조를 비롯해 사내 대부분의 직원들이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으며 노조는 법정투쟁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증권 노조는 지난 10일 성명서를 통해 "현대투신으로 증자자금이 그대로 흘러나가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이같은 합의가 이뤄질 경우 소액주주 입장에서 법정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증권 관계자도 "새 대주주 등장 이후 감자를 고려해 이미 지난해 현대투신증권에 출자한 3천억원대의 자금을 모두 손실로 처리하고 형식상 주권만 들고 있는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겨우 끊어낸 현대투신증권과의 연결 고리를 또 만들기 위해 현대증권으로 들어온 증자 대금을 고스란히 현투증권으로 내보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일"이라고 반발했다.

◇ 현대투자신탁운용 현대투신운용의 경우 AIG컨소시엄이 대주주로 등장하면서 해외 선진 금융기법도입은 물론 대외 이미지도 제고할 수 있게 됐다면서 현대증권과는 달리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대투신운용 관계자는 "마케팅이나 영업을 하면서 자금유치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으나 이제는 부실 운용사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떨쳐버리고 회사가 새로운 도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오늘 아침 회의에서도 얘기가 나왔지만 앞으로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은 회사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 만큼 영어공부나 열심히 하도록 하자는 얘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국내 금융시장이 외국인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서 또 다시 외국계 금융기관이 국내에 진출해 우리 시장이 외국의 식민지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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