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맛에 샀다 '쓴맛' 중고차 사기 많다

중앙일보

입력

전북 전주시에 사는 鄭모(46.자영업)씨는 지난달 초 시내 J중고차매매센터에서 현금 1천2백50만원을 주고 중고 승합차 '트라제' 를 구입했다.

매매센터 직원이 건네준 '자동차 성능 점검기록부' 에는 '2000년 6월식, 무사고 차량' 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구입 직후 엔진이 심하게 떨리고 핸들이 한 방향으로 쏠리는 현상이 심하자 鄭씨는 정비센터에서 정밀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지난해 큰 사고로 엔진에 많은 결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고자동차 판매 대수가 신차를 앞지르는 등 중고차가 인기를 끄는 것과 함께 중고차 사기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고차 매매센터와 인터넷.벼룩시장 등을 통해 이뤄지는 중고차 매매과정에서 '사고 세탁' 이나 연식.주행거리 조작 등의 방법으로 구입자들을 속이는 사기 판매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3년이 지난 차량에 대해 자동차세를 연 5%씩 깎아주는 자동차관리법이 지난 4월 시행되면서 중고차 거래량이 크게 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실제 1998년 신차판매를 앞지른 중고차 거래가 지난해 1백72만대, 올 6월 말까지 91만대가 거래되는 등 판매량이 계속 늘고 있다.

21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97년 57건에 불과했던 중고차 구입 관련 민원 건수도 지난해 1백94건으로 3.4배 증가했고, 올 7월 말까지 1백13건이 접수됐다.

유형별로는 하자차량 판매가 61%(1백19건)로 가장 많았고 ▶세금미납▶명의이전 지연▶주행거리 조작 등이 뒤를 이었다.

경기도 고양시 韓모(45.사업)씨는 지난달 주행거리가 2만㎞ 이상 조작된 94년식 중고 '아카디아' 승용차를, 李모(37.서울 송파구)씨는 큰 사고를 낸 적이 있는 포텐샤 승용차를 속아 샀다며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했다.

인터넷사이트에서 매매가 이뤄져 선금까지 지급했던 崔모(37.경기도 안양시)씨는 판매자가 돈만 챙기고 잠적하는 바람에 낭패를 봤다.

소비자보호원 박인용 자동차팀장은 "사기를 당한 소비자는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하면 대부분 보상이 가능하다" 며 "가급적 등록된 중고차매매센터에서 차량을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고 구입에 앞서 직접 시운전을 해보고 사고 이력과 세금납부 여부 등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양영유.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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