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시장 "오른 값은 못 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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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시장이 갈수록 혼탁해 지고 있다. 서울 일부 저밀도지구 아파트 소유자들이 사업승인을 먼저 받기 위해 '세입자 내몰기' 에 나서 물의를 빚는 가운데 그간 오른 매매호가를 지키기 위해 주민끼리 담합, '집값 떠받치기' 까지 하고 있다.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총면적)하락과 소형 평형 의무제 부활 등 정부의 규제로 재건축 시장이 된서리를 맞아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지역의 A아파트는 최근 부녀회 명의로 유인물을 돌려 "일정 가격 이하에 팔지 말라" 고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거래가 거의 끊겼는데도 30평대 매매호가는 3억4천만~3억8천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최고 5천만원 정도 높게 형성돼 있다.

일부 주민들은 급매물이 싸게 팔린 것이 알려지면 이를 중개한 부동산중개업소에 항의하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L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매 호가가 너무 많이 올라 최근에는 호가보다 1천만원 이상 낮은 물건이 아니면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 며 "급매물로 판 것을 알면 주민들에게 '왕따' 를 당하는 상황" 이라고 전했다.

이런 현상은 시공사가 지키지 못할 용적률을 내건 단지일수록 두드러진다. 서울에서 2백90% 안팎의 용적률로 사업계획을 잡은 재건축 단지는 2백50%(인센티브 용적률이 없는 경우)이하로 묶이게 돼 조합원들이 그만큼 공사비를 더 내야 한다. 따라서 2백90%를 기준으로 오른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조합원이 내야 하는 부담금이 당초 계획보다 크게 늘어나 조합과 시공사간에 마찰 조짐도 보이고 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 아파트는 시공사가 약속한 2백99%의 용적률로는 건축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게 돼 조합원 부담금이 8천만~1억원 가량(시공사 추산)늘어날 형편이다. 서울시와 서초구청 관계자는 "용적률 2백50% 이상으로 건축심의를 신청하면 재건축 지침에 따라 반려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런 상황을 우려해 지난해 말부터 재건축 용적률에 대해 수차례 밝혔으나 시공사와 조합측은 이를 믿지 않고 사업을 강행해 왔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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