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제자에 폭행 당하는 교사의 초라한 뒷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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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에 부산에서는 여중 2학년생에게 50대 여교사가 폭행을 당해 실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경남 합천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 50대 남교사의 뺨을 때리는 동영상이 유포돼 우리를 경악케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교육현장인 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지 상상하기 어렵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 최소한의 윤리와 도덕마저 실종돼 버린 오늘 교단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사건이다. 하기는 학생에 의한 교사 폭행이 별일이 아닌지 오래 되기는 했다. 남학생도 아니고 여학생이 그리고 신규 선생님도 아니고 자기 부모들보다 연배가 한참이나 위인 교사들에게 손찌검을 하는 학생을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한 근원을 찾아내는 일이 교단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학교에는 관리직이라는 교감, 교장이 있다. 또 초·중등 교육법과 그 시행령에 근거해 학교 운영의 제반 사항을 심의하도록 돼 있는 학교 운영위원회라는 것이 있다. 5학년 여학생에게 뺨을 맞은 교사가 학생 집에 사과하러 갔다가 그 학교 운영위원장이라는 삼촌에게 또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삼촌이 막강한 학교운영위원장이고 어머니가 학교운영위원인 학생이니 참 기세가 대단했던 모양이다. 학생 눈에 비친 교단 교사는 교장, 교감으로부터 관리를 받고 학교운영위원들로부터 심의를 받고 학생과 학부모로부터는 평가를 받는 참 초라한 모습으로 보이는 것 같다. 이러다 보니 어린 초등학생들마저 교사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는 세상이 됐다.

어렵고 힘든 때 일수록 미래에 투자하고 교육에 투자한 국가만이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다는 것이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2012년 오늘 대한민국은 정말 중요한 문제를 놓치고 있다. 그 많은 언론 매체 중에 온 국민이 같이 걱정하고 해결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문제에 대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매체가 보이지 않는다. 대선 정국이라 온통 세상이 대선 후보들의 일거수 일투족에만 관심이 있다.

초·중등학교 시절에는 다른 어떤 가치에 우선해 규율과 질서, 복종과 절제의 미덕을 배우고 닦아야 할 시기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교육 현장에서 이 중요한 가치가 사라지고 있다. 무어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봉변을 당한 교사는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열성이었을 것 같다. 열성을 다하고 지적을 하는 만큼 학생들은 또 이 교사를 싫어했을 것 같고 그러다가 이런 봉변을 당해 전국 뉴스를 타는 망신살이 뻗치게 된 것 같다.

교단 교사의 권위를 세워줘야 한다. 물론 권위라는 것이 누가 누구에게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안다. 그러나 아이들 눈에 교단 교사가 아무렇게나 대해도 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는 것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아이들 눈에 비친 교단 교사 혹시 관리직인 교장, 교감에게 당하고 학교 운영위원회의 권위에 꼼짝 못하고 학부모, 학생 평가에 목을 메는 사람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 같이 걱정해봐야 한다. 교단 교사가 살아야 교육이 산다. 교육이 살아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천리이다. 더 이상 교단 교사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하는 일 없어야한다. 평생 2세 교육을 위해 헌신하신 50대 교사가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과 그 가족에게 뺨을 맞았다. 50대 교사의 뒷 모습이 참 초라해보이는 11월이다.

권광식 도하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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