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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와 영종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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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정용환
베이징 특파원

“카지노가 가깝다고 다 가나요.”

 지난달 말 JTBC 촬영팀이 마카오의 리스보아 호텔 카지노홀에서 영상을 담는 동안 베이징(北京)에서 왔다는 40대 중국인 남성에게 물었다. “제주도나 서울에도 카지노가 있는데 이렇게 멀리까지 올 필요가 있느냐”고.

 베이징에서 마카오까지 하루 두 편뿐인 직항을 잡기 어려워 마카오와 인접한 주하이(珠海)를 거쳐 육로로 들어왔다고 하니 이동하는 데 6시간은 들었을 것이다. 중국의 국내선 항공은 2시간 정도는 지연 출발하는 게 다반사니까 8시간 걸리는 거리다.

 거기에 비하면 한국은 2시간 거리니까 한국에도 올 거냐고 물어본 것이다.

 그런데 알 듯 말 듯한 선문답만 돌아왔다. 도박하러 온 사람이 카지노 있고 특급호텔에서 쉬고 면세쇼핑을 할 수 있으면 됐지 또 뭐가 있어야 한다는 건지 알쏭달쏭은 꼬리를 물었다.

 마카오 카지노는 가깝게는 중국의 경제 엔진인 광둥(廣東)성에서 쏟아지는 중국인들을 비롯해 중국의 변방 오지에서까지 불나방처럼 찾아드는 노름꾼들로 인해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마카오 카지노의 연매출은 330억 달러(약 40조원). 미국 라스베이거스 매출의 3배 규모다. 해마다 매출액의 40%씩 자가증식 중이다. 추석과 국경절 연휴가 겹친 지난달에는 매출이 35억 달러를 찍었다. 카지노 산업으로는 사상 최대 액수다.

 이런 마카오에 요즘 먹구름이 끼고 있다. 새로 출범하는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부정부패 없는 공정한 사회를 통치이념으로 내세우면서부터다. 컨벤션 센터를 세우고 리조트를 겸비한 가족휴양도시로 분장을 하고 있지만 마카오는 본질이 도박산업으로 먹고사는 도시다. 국내총생산(GDP)의 90%가 카지노에서 발생할 정도다. 불법자금 유통에 돈세탁, 환치기가 횡행하고 불법의 먹이사슬에 기생하는 사건 브로커들이 활개치는 곳이기도 하다. 반부패와 전쟁을 앞둔 시진핑에게 마카오는 눈엣가시가 되고 있다. 남다른 기회 포착 능력으로 주머니를 불린 중국의 부자들이 변화의 시그널을 놓칠 리 없다면 한국에 사상 유례 없는 카지노 관광 특수가 열릴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영종도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타운을 세우려는 구상이 진행 중이다. 깐깐한 싱가포르가 ‘죄악의 산업’인 카지노를 허용했던 이면에는 고용 창출과 지속 성장이라는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는 전략적 사고가 자리잡고 있었다. 중국인의 관점에서 규제를 풀어 돈을 펑펑 쓰고 가도록 온갖 유인책을 쏟아냈다.

 접근성의 이점에서 영종도는 싱가포르, 마카오가 댈 게 아니다. 카지노에 따라 붙는 필요악을 최소화하기 위해 죌 건 죄어야 한다. 이와 함께 중국인의 카지노 소비 성향을 파고들 수 있는 개방적인 위락단지 조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한 시점이다. 너무 재다가 실기(失機)하면 마카오·싱가포르만 좋은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