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으로 찾아보는 학교폭력 해법

중앙일보

입력

또래보다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는 성조숙증은 키 성장을 방해할 뿐 아니라 학교생활에도 영향을 끼친다.

사회 문제로 제기되는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또래보다 빨리 나타나는 2차 성징, 즉 성조숙증이 제기됐다. 서정한의원 박기원 원장이 강북경찰서의 도움을 받아 강북구의 남녀 중·고등학생 327명을 대상으로 2차 성징의 시작 연령이 폭력행동과 학교생활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한 결과, 폭력성이 높을수록 2차 성징이 빠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관찰 중인 청소년의 2차 성징이 1.5세 빨라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반 중·고등학교 여학생은 11.9세,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여학생은 10.1세에 초경이 나타났다.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여학생의 초경 시기가 1.8세 빨랐다. 일반 중·고등학교 남학생은 12.7세에,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남학생은 11.2세에 변성기가 시작돼 남학생 역시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청소년의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가 1.5세 빠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조사 전 예측했던 바와 같이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 일반 학생들에 비해 폭력행동 척도가 높고 학교적응 척도가 낮게 나타났다.

 폭력적 성향을 나타내는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다른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10년 전국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은 공식적으로 적발된 것만 231건이다. 5년 전 52건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박 원장은 초등학생들의 폭력이 점점 심각해지는 원인으로 ‘성조숙증’을 꼽았다. 여아는 3학년, 남아는 6학년 경에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점차 그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이처럼 사춘기의 시작을 알리는 일련의 성징이 또래 평균 시기보다 빨리 나타나는 것을 성조숙증이라고 한다. 성호르몬이 너무 빠른 시기에 분비되기 시작하면 뼈의 성장판이 정상보다 일찍 닫히게 되어 성장 기간이 짧아져 최종키가 작아질 수 있다. 또한 또래보다 신체발육이 빠르다보니 저학년 시기에는 다른 아이들보다 머리 하나 차이가 날 정도로 키나 덩치가 커 작은 체구의 친구들을 무시하기도 한다. 친구들이 자기보다 작다고 느껴 신체적인 우월감을 느끼고 이는 다른 친구를 때리는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과도하게 빠른 시기에 사춘기가 오면서 몸이 어른스럽게 변해가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불안감과 감정의 충돌을 느낀다. 그 중에서도 가해학생의 성숙도는 피해학생보다 그 속도가 훨씬 빠른 편이다. 이 때문에 체력과 덩치가 큰 가해학생이 상대적으로 성숙도가 낮은 동료나 친구에게 폭력을 휘두르기 쉽다. 박 원장은 “만약 자녀가 그간 안보이던 일탈행동, 예를 들어 짜증이나 신경질이 늘고 혼자 있고 싶어하고 과도하게 이성과 외모에 관심이 많아지는 등의 모습을 보일 경우 반드시 아이의 학교생활과 성조숙 정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성조숙으로 인한 폭력성은 우리 아이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학생의 성조숙증, 아버지가 관심 가져야

 성조숙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알아야 한다. 성조숙증의 중 원인은 비만과 유전, 가정불화로 인한 스트레스다. 높은 체지방률을 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켜 2차 성징을 앞당긴다. 이는 성조숙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주요한 원인이므로 부모의 관심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여학생은 30kg, 남학생은 45kg 정도면 사춘기가 시작되는데 여학생은 초등학교 3학년 이전에 2차 성징이 나타나거나 체중이 30kg 이상이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한 부모가 어릴 적 사춘기 시기가 빨랐을 경우 자녀 또한 같은 패턴을 따를 확률이 높은 만큼 아이의 성조숙증이 의심된다면 신장과 체중 등을 규칙적으로 체크한다. 마지막으로 가정불화다. 박 원장은 “결손 가정 아이들의 성장정밀검사를 해보면 이혼한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성적 성숙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성장기에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또래보다 성호르몬의 분비가 일찍 시작하게 된다.

 성조숙증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관심과 적절한 치료가 필수다. 특히 남학생의 성조숙증은 무심히 넘어가기 쉬우므로 부모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여학생은 초경이나 가슴에 몽우리가 생기는 등 2차 성징의 징후가 뚜렷해 부모가 알아채기 쉬운 반면 남학생은 부모가 위기를 느낄 정도의 뚜렷한 계기가 없다.

 여학생에 비해 드러나는 신체적 변화도 크지 않은데다 사춘기가 오면 부모와의 신체접촉도 뜸해지기 때문에 알아채기 쉽지 않다. 남학생의 2차 성징의 시작을 알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목욕탕을 가거나, 집안 식구중 남자들만의 대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는 것이다. 또한 성조숙증이 우려된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해야 한다. 박원장은 “성조숙증은 아이의 자존감과 자신감, 대인관계에 지장을 주고 또래집단에서 이질감을 느끼게 하며 학습효율을 떨어뜨린다”며 “이와 함께 이른 나이의 초경은 심한 생리통이나 생리불순, 조기 폐경 등의 원인이 되는 만큼 질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정 기자 asitwere@joongang.co.kr 일러스트="조영남※도움말=서정한의원 박기원 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