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결의안 채택] 북핵포기 양면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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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문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과 설득 작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6일 핵개발 포기와 핵 활동 감시체제 복원을 촉구하는 대북 결의를 채택했고, 한.미.일 3국은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안 마련에 나섰다.

한.미 양측의 요청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도 외교 채널을 통해 북한을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3국과 IAEA의 이런 움직임은 북한에 "핵 개발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경고를 보내면서도 대화를 통한 핵 문제 해결 의지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사회의 외교적 해결 방침 이면에는 미국의 대이라크전 준비 외에도 북한의 단계적 위기 고조 전략의 김을 빼기 위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IAEA 대북 결의=이번 결의는 핵 비확산 국제기구인 IAEA가 북한이 지난해 12월 핵시설 재가동을 결정하고, 핵활동 감시체제를 무력화한 데 대해 처음으로 원상회복을 촉구하고 경고 메시지를 보낸 데 의미가 있다. 결의의 요점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당사국인 만큼 IAEA와의 핵안전조치협정을 지키라는 것이다.

다만 IAEA는 북한의 핵안전조치협정 위반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지는 않았다. 일단 IAEA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겠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핵 문제를 곧바로 유엔 안보리로 가져가면 북한이 NPT 탈퇴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IAEA가 북한 핵시설에 대한 특별사찰을 결의하자 1993년 NPT를 탈퇴한 적이 있다. NPT를 탈퇴하면 IAEA의 핵 활동 감시를 받을 법적 의무는 없어진다. IAEA가 결의에서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희망을 나타낸 것은 한.미.일 3국 입장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는 풀이다.

그렇다고 IAEA가 북한에 마냥 시간을 준 것은 아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대북 결의는 북한의 호응 여부에 대해 사무총장이 이사회에 다시 보고하도록 해 북한이 핵 활동 감시체제 등의 원상 복구를 하지 않을 경우 유엔 안보리에 회부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고 말했다.

◇한.미.일 3국 협의와 중.러 입장=한.미.일 3국은 6, 7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에서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조율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한국은 북한의 선(先) 핵폐기를 전제로 미국이 문서로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 주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미 양측 모두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들이다.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을 요구하는 북한이 문서 형태에 만족할지가 의문인 데다 미국도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발언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임성준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이 TCOG와 별도로 미.일 양국을 방문하는 것은 핵 문제의 현실적 해법이 마땅치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임성준 수석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북핵문제 해결 구상을 미국과 일본의 정책결정자들에게 직접 설명함으로써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 우리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큰 틀의 문제 해결 원칙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한다는 입장이어서 교착 상태 속의 조정 역할이 주목된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서울=오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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