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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통해 본 중국반환직전 홍콩 '리틀 청'

중앙일보

입력

프루 챈은 6천만원짜리 데뷔작 '메이드 인 홍콩' (1997년) 한편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감독이 됐다.

그 해 왕자웨이(王家衛) 의 '해피 투게더' 를 제치고 홍콩 금마장상을 수상했고, 로카르노 영화제에선 심사위원 특별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했다.

영화 형식면에서 실험적인 스타일리스트로 불리는 그는 가장 홍콩적인 소재를 가지고도 집요한 비판정신을 통해 세계인이 공감하는 영화를 만드는 재능을 지녔다.

'리틀 청' 은 '메이드 인 홍콩' '그 해 불꽃놀이는 유난히 화려했다' (98년) 와 함께 프루 챈의 '홍콩 반환 시리즈 3부작' 마지막 편. 세 작품 모두 중국 반환 이후 홍콩에 드리운 불안을 그리고 있다.

아홉 살 어린 나이에 돈이 꿈이요, 환상이요, 미래란 것을 알아버렸지만 깜찍함과 순수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소년 리틀 청(유 유에밍) .

쥬스를 배달하는 일이 공부보다 중요하고 외상은 절대 사절인 소년 앞에 또래의 불법 이민 소녀 팡(막 웨이판) 이 나타난다. 청은 팡에게 배달 일을 동업하자고 제안한다.

중국으로 넘어가는 홍콩은 초조하다. 하지만 그 속의 소년과 소녀는 그런 어른들의 걱정은 아랑곳 없다.

돈을 벌겠다는 마음(소년) 과 홍콩 시민이 되겠다는 꿈(소녀) 만이 소중할 뿐이다. 불안에 찬 홍콩에 정면으로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고 아이의 눈을 빌린 프루 챈의 선택은 그대로 적중했다. 아이들의 눈에 잡힌 홍콩의 역사적 상황이나 서민들의 삶이 감독의 집요한 비판 정신을 만나 오히려 더 투명하게 속살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지저분한 뒷골목과 가난한 사람들의 한숨이 흔들리는 듯한 카메라에 거침없이 담겨 있지만 꼬마들이 커가며 겪는 성장통은 홍콩의 방황과 여러모로 견주어 볼 만하다.

꼬마 청과 팡, 필리핀 보모 등 비전문 배우들의 연기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줄 만큼 사실적인데 바로 거기서 '리틀 청' 의 생기가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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