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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스타CEO'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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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코스닥시장에서도 유능한 최고 경영자(CEO)를 영입한 기업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이른바 'CEO 주가'가 형성되고 있다.

종전에는 주로 거래소시장에서 CEO 주가가 형성됐으나 올 들어서는 코스닥시장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강하게 일고 있다.

◇CEO 주가 맹위=크로바하이텍이 지난 3일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지낸 박경팔(62)씨를 신규사업 담당 회장으로 영입하면서 주가가 7일까지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朴회장은 삼성SDI와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지낸 삼성맨으로 플라스마 패널(PDP)의 핵심 부품인 TCP,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용 헤드 및 바코드를 이용한 PDA 사업 등을 총괄하게 된다. 특히 이들 사업의 주 거래선이 삼성전자와 삼성SDI여서 신규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다는 분석이다.

또 전자지불 서비스업체인 이니시스가 지난 6일 이금룡(52)전 옥션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에 내정했다고 발표한 후 이 회사 주가가 급등했다.

이에 앞서 2일과 3일 연이틀에 걸쳐 이 회사 주가는 가격 제한폭까지 오르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이 회사의 내부 정보에 밝은 일부 투자자들이 신임 대표이사의 내정 사실을 미리 알아차리고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 전도사'란 별명을 갖고 있는 이니시스의 李사장은 옥션을 국내 최고 인터넷 경매회사로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새해 들어 코스닥지수가 7.5% 오르는 동안 크로바하이텍은 47%, 이니시스는 25%씩 급등해 CEO 주가의 위력을 과시했다.

또 골드뱅크의 김진호(34)전 사장이 지난해 12월 28일 인수한 비젼텔레콤도 30일 이후 7일까지 5일(거래일 기준)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거래소시장에서는 국민은행의 김정태 행장, 이스텔시스템즈의 서두칠 사장 등이 대표적으로 CEO 주가를 형성한 인물로 유명하다.

◇CEO가 중요한 투자의 잣대=사실 CEO의 역할은 거래소 기업보다는 규모가 작은 코스닥 기업에서 더 중요하다. 펀드매니저들은 코스닥 기업에서 CEO 주가가 형성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튜브투자자문 김영수 사장은 "코스닥 업체나 벤처기업은 CEO의 역량에 따라 회사의 발전 여부가 결정된다"며 "코스닥 기업에 투자할 때는 반드시 CEO를 만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기업의 역사가 짧은 코스닥 기업의 경우 최근 몇년간의 재무제표만 보고는 회사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도 CEO가 중요시된다고 지적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도 "코스닥 기업의 최대 문제점은 수익모델이 불투명한 점"이라며 "유명 CEO가 영입되면 그러한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자연스럽게 일게 된다"고 말했다.

◇맹신은 금물=그러나 이런 CEO 효과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KTB자산운용 장사장은 "유명인사를 영입한 데 대한 기대감으로 형성된 주가는 성과가 뒷받침해야 유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두칠 사장의 영입 사실을 발표했을 때 주가가 급등했던 이스텔시스템즈는 그 후 실적 부진과 함께 급락했다.

이와 함께 스타 CEO를 영입한 일부 코스닥 기업들의 주가가 영입 발표 이전부터 폭등한 것은 내부자 정보 유출의 의혹을 사고 있다.

이희성.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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