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지는 씨름판 어디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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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종격투기인 K-1 서울대회가 열린 지난 19일 오후. 씨름 천하장사 출신 최홍만 선수가 링 위에서 싸우는 모습을 지켜본 씨름인들은 한마디로 '착잡했다'고 토로했다. 이만기 인제대 교수는 28일 "일본의 자본력이 '민족 혼'이나 다름없는 우리 씨름을 넘보고 있다는 생각에 섬뜩했다"고 말했다. 이준희 신창건설 씨름단 감독은 "지금처럼 씨름이 국민에게서 외면받는 상황에서 '자칫 명맥이 끊길 수도 있겠구나'하는 두려움마저 들었다"고 했다.

민속씨름이 최대 위기다. LG투자증권 씨름단 해체로 백승일 등 10여 명의 장사는 아직 '백수' 신세다. 인수할 기업이 없다. 게다가 민속씨름을 주관하는 한국씨름연맹은 지난 2월 설날 장사대회 이후 올해 대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4월 8일로 예정된 군산대회는 무기한 연기돼 사실상 취소된 거나 마찬가지다. 씨름인끼리의 반목과 분열로 연맹의 행정이 거의 마비됐기 때문이다.

신창건설 씨름단과 민속씨름동우회(회장 이만기) 중심의 재야 씨름인들은 민속씨름연맹 김재기 총재대행의 퇴진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신창건설 선수들은 훈련을 중단하고 모두 휴가를 갔다. 김 대행이 지난해 6월 취임하면서 ▶연말까지 후임 총재 영입 후 퇴진키로 한 약속을 위반했고 ▶신생팀 창단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며 ▶기존 프로팀들을 배제한 채 독단적으로 연맹을 이끌었고 ▶프로팀들의 반대에도 지자체 팀을 프로에 편입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반면 연맹 측은 일부 씨름인이 협조는 하지 않고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다고 불만이다. 연맹이 소집한 이사회에는 나오지 않고, 장외에서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씨름단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지자체 팀 프로화 문제와 관련해선 "현실적으로 프로팀 신설이 쉽지 않은 만큼 10여 개 지자체 팀을 연맹에 등록시켜 씨름 활성화를 꾀하자"는 입장이다. 한편 민속씨름동우회는 이날 중견 건설업체 등 3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전 LG씨름단을 인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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