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J빌리지 '경기장 17개 日축구의 요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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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영 도쿄특파원이 일본축구의 요람 J 빌리지를 찾았다. 한국도 최근 국가대표팀 전용 훈련장을 짓고 있고 울산, 남해등에서 축구 빌리지를 조성하고있지만 J빌리지는 급성장한 일본 축구의 알 수 비결을 있는 곳이다. 편집자주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천연잔디 위에서 유니폼을 입은 초등학생들이 축구 경기를 하고 있었다. 지역 내 초등학교간 경기다.

바로 옆의 구장에서는 다른 어린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고, 또다른 구장에서는 고교 선수들이 공을 차는 모습이 보인다.

곳곳에 천연 축구구장이 널려 있다. 세어보니 11개에 이른다. 모두 맞붙어 있다. 구장과 건물 사이의 도로에는 육상트랙이 설치돼 있다. 달리기 운동을 하는 선수들의 무릎보호를 위해서다. 축구구장들을 감싼 숲 너머로는 넘실거리는 태평양 바다가 보인다.

일본 도쿄(東京)에서 동북 쪽으로 2백여㎞ 떨어진 후쿠시마(福島)현 후타바(雙葉)군 내 49만㎡ 부지 위에 있는, 아시아 최초의 대형 축구전용훈련장인 J빌리지는 이렇게 기자를 맞았다.

부럽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고, 일본 축구가 지난 6월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빠르게 향상하는 이유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 탄생〓프랑스.독일의 훈련센터와 같은 본격적인 '축구마을' 을 만들려는 일본축구협회, 지역발전을 꾀하려는 후쿠시마현 정부, 지역에 봉사하려는 도쿄전력의 뜻이 합쳐져 1997년 7월 만들어졌다.

현정부가 내놓은 부지 위에 도쿄전력이 2년 동안 1백30억엔(약 1천3백억원)을 들여 완공한 후 현에 기증한 것이다.

성공적인 제3섹터 방식이다. 도쿄전력이 J빌리지를 기증한 것은 하루 생산전력 6만kw의 25%를 후쿠시마현에서 생산하고 있어 이윤을 지역에 환원하자는 취지였다.

◇ 시설〓천연잔디 구장 11개와 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축구전용 스타디움 1개, 지붕이 있는 전천후 연습장 1개, 4백m 트랙이 있는 인공잔디 구장 1개, 모래축구장 1개, 5인용 경기장 2개 등을 갖추고 있다. 매년 이곳은 많은 축구경기와 연습장으로 애용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남녀.청소년 등 일본 축구대표팀이 11차례 훈련을 하고, 일본클럽선수권대회 등 전국대회가 다섯차례, 후쿠시마현 초등학생 축구대회 등 지역대회가 아홉차례 열린다.

1면 이용료가 일반인의 경우 시간당 1만엔으로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올 3월까지 총방문객은 1백95만명에 이르고, 3천7백여개팀 26만여명이 구장을 이용했다. 체력단련장.수영장에다 1백50명이 입체영상으로 축구 명장면 등을 볼 수 있는 감상실도 있어 지역주민들의 레저생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1백60명이 들어가는 컨벤션홀에서는 지도자.심판 연수회가 종종 열리는 등 J빌리지는 일본 축구 인프라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2인용.4인용 등 객실도 1백22실이 있어 축구관계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가족과 함께 찾아와 쉬곤 한다. J빌리지 부근에 해수욕장 등이 있어 바다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4만3천여명이 이곳에서 묵었는데 1만1천여명은 연수.가족여행자들이었다.

고바야시 가즈유키(小林一介)일본풋볼빌리지 기획영업부장은 "겨울철에도 평균 기온이 섭씨 2~3도로 입지조건이 좋아 1년 내내 이용할 수 있다" 며 "일본 월드컵 대표팀의 훈련장소로 유치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스즈키 후미오(鈴木文男)후쿠시마현 관광교류과 과장보좌는 "지역주민 고용 효과가 크고, 관광지로서의 지명도가 높아지는 등 지역경제발전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고 말했다.

◇ 관리〓운영업체인 ㈜일본풋볼빌리지의 사장은 사토 지사이지만 실질 경영은 일본축구협회.도쿄전력이 맡고 있다. 고바야시 부장은 "연간 운영비가 10억엔이지만 이용료.광고료 등의 수입으로 약 2천5백만엔의 흑자를 올린다" 고 말했다.

J빌리지측이 특히 신경쓰는 것은 천연잔디와 선수들의 안전이다. 천연잔디는 배수가 잘 되도록 배수관, 분쇄된 돌, 흙 등 5단계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잔디 관리비만 연간 1억엔이 들어간다. 잔디 보호를 위해 하루 이용시간을 4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 잔디에는 거의 농약을 치지 않는다. 선수보호를 위해서다. 대신 구장에 들어갈 때는 신발 밑창을 살균제로 닦는 소독시설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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