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찰이 대리운전까지…'무주'에 무슨 일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전북 무주군은 전국 교통사고 사망률 1위란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던 곳이다. 그랬던 무주가 올 들어 확 달라졌다. 무주경찰서 관할 지역은 10월 말 현재 단 한 명도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이 없다. 전국 249개 경찰서 중 유일하다. 교통안전도가 만년 전국 최하위권에서 1년 만에 1등으로 올라선 비결은 ‘공개행정’이란 역발상이었다.

 무주가 오랫동안 교통사고 다발지역이 된 것은 덕유산·적상산 등 험한 산이 많아 도로 사정이 나쁜 게 주원인이었다. 반면 사계절 관광객이 연인원 700만 명이나 몰릴 정도로 차량 통행은 많다. 적상면 구천터널 주변 4~5㎞ 구간은 50~100m마다 90도씩 꺾어지는 S자형 급커브로 이어져 있다. 지난해 8월엔 MT 왔다 돌아가던 대학생을 실은 차가 터널 근처의 옹벽을 들이받고 여섯 명이 숨지기도 했다. 지난해 무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모두 86건으로 사망자는 12명, 부상자는 159명이었다. 차량 1만 대당 교통사망사고율(10.21)이 전국 228개 기초단체 중 가장 높았다. 이런 사정은 2010년, 2009년에도 비슷했다.

 이런 불명예를 씻기 위해 무주군과 경찰서가 아이디어를 짜냈다. 그중 하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를 활용한 단속예고제였다. 대부분 경찰서는 “효과가 반감된다”며 음주운전 단속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지만 무주경찰서는 “오늘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합니다”는 메시지를 꼬박꼬박 내보냈다. 이런 메시지를 받기 위해 등록한 군민은 4500명이다. 무주 인구가 2만3000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대다수의 운전자가 이 문자를 받는 셈이다. 특히 식당·유흥업소 관계자의 수신율은 100%에 가깝다. 단속 정보는 업주들을 통해 관광객들에게까지 전파됐다.

경찰관들은 음식점이나 관광객들이 요청할 경우 대리운전도 해주고 있다. 이 덕분에 대형 교통사고 원인의 80~90%를 차지하는 음주·과속운전이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무주군은 사고 예방 시설 투자에도 힘을 쏟았다. 구천동 터널 등 사고 다발지역에는 무인카메라를 촘촘하게 설치해 감속운전을 유도했다. 야간보행 사고를 막기 위해 횡단보도 조명등을 설치하고 과속방지턱을 만들었다. 농기계 운행이 많은 곳엔 ‘농기계 위험 구간’ 표지판을 20여 개 설치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10월 현재 교통사고는 50건으로 지난해보다 31%포인트 줄었다. 사망자는 없고 부상자도 28%포인트 감소했다. 주강식 무주경찰서장은 “무주를 교통사망사고가 없는 전국 최고의 안전지역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