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체들, "해외 큰손 지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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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 부진해 고전하는 국내 반도체.가전제품.부품업체들이 ''큰손'' 고객에게 물건 값을 자진해서 깎아주는가 하면 해외로 직원을 보내 애프터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해외 딜러를 초청하는 행사가 성대해졌고 대표이사들이 판매 일선에 등장하는 일도 잦아졌다.

국내 최대 전자부품업체인 삼성전기(http://www.sem.samsung.com)는 올 여름부터 해외 순회 영업사원 제도를 도입했다. 기껏해야 보름 안팎이던 영업사원의 해외출장 기간도 3~5개월로 늘렸다. 이들의 출장에는 엔지니어가 동행해 미국 SCI.솔렉트론.플랙스트로닉스 등 큰 고객들을 밀착 서비스했다.

지난 6, 7월 두달간 미국 동부지역을 돌고 온 이 회사 김재용(36)과장은 "휴대폰.컴퓨터.가전제품 업체들이 우리 적층 세라믹 콘덴서(MLCC)제품이나 칩 부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부했다" 고 말했다.

LG전자(http://www.lge.com)는 올해 해외 딜러 초청행사를 지난 4월 한달 앞당겨 열었다. 초청 규모(3백명)가 예년보다 50% 늘었고 구자홍(具滋弘)부회장이 행사장인 경남 창원까지 찾아가 진두지휘했다.

LG이노텍이 해외영업 사원을 이공계.기술직 출신으로 대거 교체한 것도 큰 고객들에 대한 애프터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 제품을 많이 사가는 일본.대만 등지에 엔지니어 영업사원들을 주로 배치했다" 고 말했다.

반도체 값 폭락으로 고민하는 삼성전자(http://www.sec.co.kr)는 자사 D램이나 복합 칩 등을 많이 사가는 해외 PC.휴대폰.디지털 가전업체들과의 관계 다지기에 애쓰고 있다. 장기 고객인 미국 인텔.IBM.컴팩.휴렛 팩커드.스프린터, 일본 도시바.마쓰시타.소니, 핀란드 노키아 등 세계 유수의 전자.정보통신 업체들을 밀착 관리하기 위해 고객별 영업조직을 강화했다.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삼성의 시장지배력(램더스 D램의 경우 점유율 60%)이 크다 보니 가격인하 등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게 마케팅에서 큰 무기다.

휴맥스는 날로 치열해지는 해외 셋톱박스(위성방송 수신기)시장 쟁탈전에서 큰 고객들을 붙들어 두기 위해 e-메일을 통한 고객관계관리(CRM)기법을 도입했다.

숙명여대 위경우(경영학)교수는 "불황의 골이 깊을 때는 물건 값을 낮춰도 수요가 크게 늘지 않기 때문에 단골 거래처 관리에 힘을 쏟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고 말했다.

홍승일.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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