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MBC '반달곰 내사랑' 의 김국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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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적을 많이 받을줄 알았는데 감독님도 포기하셨는지, 되는대로 연기하는 제 스타일에 별로 제동을걸지 않으시더군요." 오는 22일부터 시작될 MBC 새 수목드라마「반달곰 내사랑」에서 주인공 반달웅역을 맡은 김국진(37). 경기도 군포시의 촬영현장에서 만난 그는 쑥스러운 웃음으로인사를 대신했다.

개그맨이 단막극도 아닌 미니시리즈에, 조연도 아닌 주연을 맡은 것은 유례가없는 일. 많은 사람들은 쇼, 오락프로그램에서 보여졌던 김국진의 어딘가 모자란 듯한 매력이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비쳐질지 궁금해하고 있다.

그가 맡은 반달웅은 가진 것은 없지만 용기와 배짱만은 두둑한 인물. 임시직 중학교 축구 코치의 신분으로 학교이사장의 딸이자 음악교사인 한정은(송윤아 분)과사랑을 키워가게 된다.

"실제 성격과 비슷해서 편안합니다. 저한테 생소한 미니시리즈 출연을 결정하게된 것도 워낙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거든요.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그저 툭툭 털고 일어나는 반달웅이 정겹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김국진이 연기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지난 90년대 초반 MBC의 코믹단막극 프로그램「테마게임」에 고정출연하면서부터. 그는 5년간 약 200가지 역할흘했는데 마음에 드는 캐릭터라도 20분밖에는 연기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고한다.

그후 우연한 기회에 MBC「베스트극장」'내 약혼녀 이야기'에 출연하게 됐고 기대를 뛰어넘는 시청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결국 미니시리즈의 주인공 자리마저 꿰차게 된 것. 그는 그러나 이번 드라마 출연을 계기로 앞으로 본격 연기자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앞으로 저에게 맞는 역할이 주어지면 다시 해보고 싶지만, 그런 기회가 그리흔치는 않을 것 같군요. 겉으로는 쾌활하고 명랑하면서 내면에는 깊은 슬픔을 간직한 그런 인물이라면 다시 한번 욕심을 내볼텐데요."

김국진의 특징중 하나가 짧은 혀로 인한 부정확한 발음. 개그맨으로서는 이런점이 오히려 코믹하게 비춰 도움이 되겠지만 연기자로서는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너무 발음이 딱딱 떨어져도 시청자들이 부담스러워해요. 제 상태가 가장 최상입니다."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듯 밝게 웃으며 되받아친다.

지난 91년 KBS 대학개그제를 통해 데뷔한 김국진은 93~94년 미국유학을 다녀온뒤, 약 5년간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세월을 보냈다. 항상 주말 황금시간대의 오락프로그램 3~4개를 진행하면서 시청자 곁을 떠나지 않았던 것. 하지만 99년부터 방송활동을 줄여 지금은 MBC「전파견문록」,「힘내라 코리아」와 케이블방송 NTV「김국진의 골프쇼」에만 출연하고 있다.

"지인들의 출연제의를 거절하지 못해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너무 힘든시절이었어요. 정말 하루도 쉴 날이 없었거든요. 이제는 얽매이지 않고 정말로 내가하고 싶은 일들에만 푹 빠져서 살고 싶습니다." 조용하고 연약해보이지만, 방송가에서 고집센 외곬수로 유명한 그인만큼 앞으로도 오락프로그램에서 그의 모습을 자주 보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다면 김국진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제 이름을 내건 토크쇼를 진행하고 싶어요. 미국에 유학간 것도 그것을 위한것이었구요. 하지만 아직은 시기가 이릅니다. 지금 상태로 제가 토크쇼를 진행하면3일도 채 안되서 밑천이 바닥날 것 같아요. 제가 알고있는 지식으로 모든 게스트들을 받아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길 때, 그 때 토크쇼 진행자로 나서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프로골퍼테스트 최종관문 탈락에 대해 물어봤더니 무척 아쉽다는 표정을 짓는다.

"시합 앞두고 바빠서 연습이 부족했어요. 일주일에 두차례는 필드에 나가는데 10일동안 하루 밖에 연습을 못했거든요. 지금 약이 바짝 올라있기 때문에 내년에 다시 도전하면 성공할 것 같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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