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총리제, 인사권 축소” … 누가 돼도 대통령 권력 분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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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는 한결같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시정하는 것에서 정부개혁이 출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세 후보 모두 대통령 권한 분산이란 처방전을 내놓은 건 그런 이유에서다.

 박 후보는 국무총리와 장관 등 국무위원의 인사권 보장을 통한 정부개혁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박 후보는 6일 “현재 사문화돼 있는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을 보장하고, 장관에게도 부처 및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권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또 박 후보는 “국민대통합의 탕평인사로 회전문 인사, 편중인사란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덕망과 능력이 있으면 여야를 떠나 발탁하겠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비난의 대상이 된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과 같은 편파 인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될 사람을 미리 내정해 놓고 공모를 하는 불투명한 인사 관행을 시정하기 위해 기회균등위원회 설치도 내걸었다. 박 후보는 정치권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대통령 취임 후 매년 국회 연설의 정례화 방안도 제시했다.

 박 후보는 지난 7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에는 행정의 투명화와 정보공개의 확대를 골자로 하는 ‘정부 3.0’ 개념을 대선 첫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행정부가 상당 부분 독점하고 있는 정보의 공개를 대폭 강화해 민주적 정부 운영의 기틀을 마련하고, 국민을 찾아가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얘기였다.

 문 후보는 ‘책임총리제’를 내놓았다. 총리가 경제와 복지, 치안 등 내정에 대해선 각 부처의 장관 임명제청권을 행사하고 정책집행까지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거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총리 임기를 보장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문 후보는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선 “대통령은 당을 지배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당은 정책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정·청 간의 관계에서 당의 독립성을 보장하되 당 인사의 내각 참여를 통해 정책을 주도하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당·정 분리 원칙과는 반대로 당·정 일체의 방향으로 간다는 의미다.

 문 후보는 또 권력형 부패 청산을 위해 대통령 형제자매의 재산도 공개토록 하고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부패범죄자 공직자 임용 금지 ▶대통령 사면권 제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국가청렴위원회 부활 등을 약속했다.

 안 후보는 대통령 권한 분산이 모든 개혁의 출발점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대통령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국회, 민간에도 기득권 포기를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임명직을 10분의 1로 축소하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청와대 이전 공약도 대통령의 기득권 포기 공약 중 하나다. 안 후보는 또 국회의 권한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대통령 사면권 행사 시 국회의 동의를 구하고, 감사원장을 선임할 때도 국회 추천을 받기로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내린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해선 임명을 강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사법부 독립성 강화를 위해 대법원장 임명 시 대법관 회의 호선에 따른 후보 추천 의뢰를 제도화하기로 했다.

양원보·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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