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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만 보장하는 싼 차보험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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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내년 4월부터는 소비자가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때 보상받는 ‘위험보장 범위’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고객이 원하는 특정 피해만 보장받도록 설계가 가능해 보험료를 아낄 수 있게 된 셈이다. 또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미룰 경우 지연이자까지 받을 수 있도록 소비자보호 방안도 강화된다.

 금융감독원은 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방안’을 발표했다. 표준약관 개정은 2002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그간 소비자에게 불리했던 조항들이 대거 개선됐다.

 이에 따르면 무면허나 마약·약물 복용 상태에서 운전하던 중 무보험 차에 의해 교통사고를 당했을 경우에도 보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무면허·약물중독 등의 경우에는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해당 약관이 상법보다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규정돼 있다는 지적에 따라 내용을 고친 것이다.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때 자기차량손해(자차) 중 ‘충돌’과 같은 특정 피해만 보장받도록 선택이 가능해 보험료도 줄일 수 있게 됐다. 현행 표준약관에서는 보험사가 정한 보장대로만 보험에 가입해야 했다. 보험사가 보장하는 손해는 충돌(추돌사고 포함)·접촉·폭발·도난 등을 아우른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체 사고의 90% 이상이 충돌사고라는 점을 감안해 소비자가 원하는 위험만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 것이다.

 예를 들어 2012년식 YF쏘나타를 모는 보험 가입경력 3년 이상의 35세 이상 운전자(부부 한정·할인할증등급 14Z)의 경우 ‘충돌’ 사고만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하면 자차 보험료가 18만1960원에서 11만7360원으로 지금보다 35.5% 줄어든다. 단 이 경우 접촉사고나 도난 등의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받을 수 없다.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보험사가 보상하지 않아도 되는 손해(면책사유)도 구체화된다. 예컨대 보험에 가입한 A씨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B씨에게 자동차를 빌려준 뒤 B씨가 고의로 사고를 일으킬 경우 지금까진 A·B씨 모두 보상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A씨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고의 사고와는 관계없는 A씨까지 보상받지 못하게 한 것은 지나친 제약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또 보험의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해 보험약관의 설명 의무를 강화하고, 보험계약자의 ‘계약 취소권’도 신설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보험계약서에 자필 서명이 누락됐을 경우 한 달 안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계약이 취소되면 보험사는 그간의 보험료와 이자 상당액을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보험약관의 교부·설명의무 이행시기도 현재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서 ‘보험청약을 한 때’로 변경된다.

 보험사가 합당한 이유 없이 보험금 지급을 미룰 경우에는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이자는 보험개발원이 공시하는 정기예금 이율에 따라 계산한다. 또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이유가 없는데도 소송을 제기해 계약자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토록 했다.

 아울러 어려운 용어로 소비자가 이해하기 힘들었던 약관의 내용도 국립국어원의 감수를 받아 쉽게 고칠 계획이다. 예컨대 ‘교부한다’는 용어는 ‘드린다’로 바꾸는 식이다.

 금감원 김수봉 부원장보는 “약관 중 불공정한 부분을 없애고, 지나친 규제는 정비했다”며 “소비자 권익이 높아지는 한편 보험사 입장에서도 다양한 상품 출시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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