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레이더] 저금리-경기침체 지루한 '장세 샅바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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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를 넘기면서 아침 저녁 공기가 확 달라졌다. 하지만 증시에선 아직 변화의 바람을 느낄 수 없다. 지난주 증시는 2주째 계속된 반등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한 채 주저앉았다. 미 나스닥지수가 다시 2, 000선 아래로 떨어지고, 외국인이 매도로 돌아선 게 주 요인이었다. 최근 증시에선 두 개의 기류가 팽팽히 맞서는 모습이다.

우선 초저금리의 유동성 기류가 세력을 키우고 있다. 시중 실세금리 지표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주 한때 4.94%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계속 풀고 콜금리를 더 내릴 태세다.

넘치는 시중 자금은 일단 채권과 부동산 시장 쪽으로 몰리고 있지만, 결국 주식시장으로도 흘러들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돈 굴리기가 마땅찮은 은행.보험사 등은 길게 보고 주식 보유 규모를 조금씩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는 경기침체 기류가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경기가 올 연말이나 내년초께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 여전하지만 그럴 조짐은 아직 찾기 힘들다. IT(정보기술)산업의 침체는 그렇다 하더라도 반짝하던 개인소비 마저 불안하다. 이번주 미국은 소매판매(14일)와 산업생산(15일) 등 경제지표를 내놓지만 경기회복의 단서를 제공하지는 못할 전망이다.

현재 이런 두 기류의 틈바구니에서 주가는 크게 내리지도, 오르지도 못하는 소강국면을 맞고 있다. 유동성 장세의 기대감이 커지면 경기침체 기류가 소나기를 뿌리곤 한다.

이 번주에도 종합주가지수 540~570 정도의 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예상된다. 다만 저금리 혜택을 크게 보는 금융주와 건설주, 고배당주 등을 중심으로 종목별 주가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12월 결산법인의 상반기 실적발표 마감(14일)을 계기로 '흙속의 진주찾기' 에도 관심을 가질만 하다. 올 상반기 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알찬 장사를 한 기업이라면 장기 투자에 적격일 것이기 때문이다.

김광기 기자 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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