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류 빗장 푸는 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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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관계' 로 측량한 중국과 대만간 거리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 자연히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대만의 린신이(林信義)경제부장은 경제자문회의에 제출한 제안서에 "대만이 중국에 뒤이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 중국과의 직교역을 시작하겠다" 고 밝혔다고 11일 대만의 일간지 중시만보(中時晩報)가 보도했다.

직교역은 두 나라의 이익에 모두 부합한다는 것이다. 1949년 중국의 공산당 정권 출범 이후 대만은 중국과의 직접 교류를 전면 금지해 왔다. 그러나 제3국을 통한 간접 교역이 날로 늘어나는 현실에 비춰 이를 계속 억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대만의 중국과의 교역 규모는 99년 70억달러에서 지난해 1백4억4천만달러로 늘어났다. 올들어 5월까지도 42억6천만달러를 기록했다. 대만 기업인들은 "중국과의 직접 무역은 대만의 경제를 한단계 도약시킬 것" 이라며 기대에 차 있다.

기업인들의 이같은 희망사항은 머잖아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수십년간 대만 투자자들은 중국 본토에 거의 1천억달러나 투자했다. 대만 제조업체 8만개 가운데 2만4천개가 중국에 투자해 놓은 상태다. 값싼 노동력과 넓은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대만과 중국의 이같은 접근에 대해 싱가포르 등 아세안 국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싱가포르 통상산업부(MTI)는 11일 특별보고서를 통해 중국과 대만의 경제 관계가 긴밀해질수록 대만의 동남아 투자가 중국으로 흘러가고 대만은 중국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돼 싱가포르와 아세안 경제가 타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양안 관계가 더 이상 가까워지지 않고 현상태로 간다면 싱가포르는 대만 기업의 중국 투자 때 가교역할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두 나라의 경제적 유대가 더욱 긴밀해질 경우 싱가포르는 전자산업 등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수현 기자shi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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