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 전염병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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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은 세계 건선협회가 지정한 세계 건선의 날이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질병이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피부질환 중 하나이다. 건선이란 표피세포의 이상증식으로 인해 피부에 붉은 동그란 반점이 형성되며 그 홍반 위에 하얀색의 인설이 반복하여 형성되는 만성적인 피부질환으로 요즘같이 날씨가 춥고 건조할 시기에는 더 많이 발생하고 악화되기 쉽다.

교대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최근 하얀 비늘과 같은 피부껍질이 겹겹이 쌓여 단순히 각질로 생각하고 방치하였다. 그랬더니 점점 넓게 번지고 가려움증이 심해지고 급기야 손과 팔 전체를 덮을 지경이 되었다. 사람들이 피하는 느낌을 받았고 목욕탕에서는 입장을 제지 받기 까지 했다. 병원을 찾은 그는 ‘건선’이라는 낯선 병명을 진단받았다. 서초 아토피한의원 박원장은 “최근 날씨와 경기침체로 인한 스트레스 등의 요인으로 아토피와 건선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건선은 육안으로 보이는 위치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대인관계에도 어려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최근 건선학회 조사에 따르면 건선 환자들은 건선이 없는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울증이나 불안증, 자살충동 등의 정신과적 증상이 나타날 확률이 약 40%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선 질환이 미관상 보기 좋지 않고 전염병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만큼 대인관계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해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건선환자 104명중 75명이 수영장이나 대중목욕탕, 운동시설 등에 입장을 거부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거부당한 경우도 26.3%나 되었다.

이는 건선 질환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건선은 전염병도 아니고 유전이 되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 그런데 미관상의 이유로 많은 이들이 전염병으로 오인해 접촉을 피하고 차별을 하면서 건선 환자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서초 생기한의원 박치영 원장

건선 증상이 나타났을 때 초기에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민간요법 등에 의지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또한 치료와 동시에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데 무엇보다 금연과 금주를 하고 주기적으로 운동을 통해 면역력을 길러주며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게 충분한 보습을 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자외선의 특정 파장대가 건선 증상을 완화해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듯이 적절한 일광욕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그러나 지나친 자외선은 오히려 다른 피부질환을 야기 할 수 있으니 적절한 시간과 양은 전문가와 상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ㅅ한의원 박치영 원장은 “아토피와 건선 같은 난치성 피부질환은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치료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심하면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까지 악영향을 끼치는 피부질환 건선, 이제 숨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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