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수다 수족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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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로 접어드는 요즘 건강관리에도 적신호가 켜진다. 이중에서도 수족냉증은 여성들이 주로 호소한다. 수족냉증은 추위를 느끼지 않을 만한 온도에서 손이나 발에 지나칠 정도로 냉기를 느끼는 증상을 뜻한다. 단순히 손발이 차다고 무조건 수족냉증이라고 볼 수는 없다. 본인이 냉감을 자각하느냐가 중요한 기준이다. 따라서 남이 만져보아서 차지 않다고 수족냉증이 아닌 것도 아니다. 만약 여름철에도 손발의 냉기를 느끼고 따뜻한 곳에서도 냉기가 가시지 않고, 대인관계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의 수준이라면 치료및 호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수족냉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질환이 의심된다면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뇌 시상하부에 있는 체온조절중추는 인체의 체온조절을 담당한다. 몸의 심부온도를 끊임없이 체크하면서 기준점보다 높아지거나 낮아지면 자율신경의 협조를 통해 체온을 조절한다. 이런 조절에 의해 심부온도가 낮으면 교감신경의 작용으로 말초혈관이 수축되어 발과 팔 끝으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든다. 이처럼 추울 때 손발이 차가워지는 것은 중요 신체기관을 보호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생리적 기전이다. 그러나 정신적 스트레스나 호르몬 변화 등으로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이런 작용이 과하게 나타나 그다지 온도가 낮지 않은데도 손발이 차가워지는 수족냉증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실제 수족냉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만나 본 결과, 수종냉증의 증상이 좀 더 세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몸 전체가 차고 손발도 찬 경우, 몸은 그리 차지 않으나 손발만 찬 경우, 발만 유달리 차가운 경우, 손발은 찬데 얼굴과 머리는 열이 나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먼저 몸 전체가 차면서 수족냉증을 호소하는 경우는 비위의 기능이 약한 타입이 많다. 비위의 소화기능이 떨어지면 혈액순환 역시 원활하지 못하여 수족냉증이 나타난다. 간단한 예로 체했을 때 손발이 차가워지는 것을 떠올려보면 된다. 이런 타입은 소화기능이 약해 평소 식사량이 적은 편이면서 마르고 빈혈성향이 있는 여성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비위가 약한 타입은 비교적 잘 먹고 체중이 정상 이상이라도 습담(濕痰), 즉 체액내 노폐물이 잘 생기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로 몸은 그리 차지 않은데 손발만 찬 것으로 이는 몸 속에 어혈과 습담 등 노폐물이 많은 사람에게 나타난다. 보통 식사와 운동, 생활습관 상의 문제가 있는 경우에 주로 나타난다. 혈액과 체액이 탁해지면 혈관이 좁아져 말초부위의 순환이 어려워지는데, 이런 경우에는 수족냉증 외에도 해당 부위의 통증이나 감각 이상을 수반하기도 한다. 더불어 복부장기의 기능도 저하돼 복부냉증과 비만 역시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로 발만 유달리 시렵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개중에는 손은 뜨겁고 발만 싸늘하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건강한 상태인 두한족열(頭寒足熱)의 균형이 깨어진, 상열하한(上熱下寒)의 상황이다. 신장기능이 약한 사람에게서 많이 볼 수 있다. 처음부터 발이 차가웠던 경우도 있고 반대로 발이 뜨거워서 찬 물로 발을 씻고 이불을 덮지 못했다가 나이가 들면서 차차 차가워지는 경우도 있다. 증상이 보통 발에서 시작하나 심해지면 무릎까지 싸늘하고, 관절의 통증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손발은 차가운데 얼굴과 머리에서 열이 나는 경우다. 이는 상열하한의 상태와도 비슷하나 좀 더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기가 뭉치는 기울(氣鬱)이 생기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면서 팔다리는 싸늘해진다. 또한 얼굴과 머리로 기운이 치밀어 어지럽고 열이 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사람에게 자주 나타난다. 여성들은 갱년기 전후의 호르몬 변화로 이런 증상을 많이 겪는다.

치료 방법은 각 상태에 맞게 진행한다. 첫번째는 비위를 보강하는 한약을 쓰고 적절한 근력운동을 통해 영양불균형과 근력부족을 개선해야 한다. 두 번째는 노폐물 배출을 돕고 복부를 따뜻하게 하는 한약을 복용하면서 복부비만 등을 줄여야 말초의 증상이 함께 호전될 수 있다. 한약재를 이용한 좌훈이나 반신욕이 도움이 된다. 세 번째는 신장의 기능을 보완하는 한약을 쓰되 과로 및 과도한 성생활은 피한다. 무릎과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걷는 운동을 권장한다. 네 번째는 기울을 풀어주는 한약을 처방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 모든 경우에 침 치료는 기혈순환을 돕는 필수적인 치료이므로 병행한다. 마지막으로 수족냉증은 말초부위 혈행의 문제인 만큼 혈액을 탁하게 하는 인스턴트 음식이나 과도한 양념, 고칼로리 저영양의 정크푸드를 피해야한다. 모든 질환의 적인 음주와 흡연도 줄인다.

<글=쉬즈한의원 문하경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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