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석의 그린세상] 박세리의 메이저 길잡이 콜린 칸

중앙일보

입력

박세리가 골프 종주국 영국에서 올해 첫 메이저로 승격된 위타빅스 브리티시 우먼스 오픈 원년 챔피언에 올랐다.

98년 LPGA투어에 입문한 박은 지난해(무승)를 제외하고 매년 4승씩을 거두며 통산 12승을 올리며 투어 톱스타 자리에 우뚝 섰다.

브리티시 우먼스 오픈 전초전인 자이언트 이글 클래식에서 박은 1, 2라운드 선두에 올랐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부진, ‘코리안 킬러’ 도로시 델라신에게 덜미를 잡히며 2년연속 정상 정복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 대회 우승실패는 자신감이 넘쳐 있던 박에게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를 앞에 두고 마음을 추스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비록 박은 초반부터 우승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날 신들린 샷을 날리며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 낸 것이다.

박의 메이저 3번째 우승은 개인코치 톰 크리비(31)를 영입해 지난 겨울부터 맹훈련을 통해 정상의 실력을 다듬은 결과다.

여기에 투어에서 톱클라스 캐디로 뽑히는 콜린 칸(31)이 ‘세리팀’에 가세하며 투어 그린 공략의 충실한 조언자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영국에서 태어나 대회장 서닝데일 골프클럽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칸은 누구보다 코스를 손바닥 보듯이 훤하게 알고 있어 박의 비밀병기가 다름 없었다.

박은 98년 루키시절 생소한 영국코스에서 22오버파를 치며 공동 32위로 혼쭐이난 이후 영국대회 출전을 자제해 왔다.

칸은 그런 박에게 자신감을 불어 주며 100년 역사의 코스로 지반이 딱딱한 점을 감안, 티샷을 최대한으로 멀리 보내고 웨지샷으로 최대한의 스핀을 먹여 핀 공략을 요구했다. 박 역시 이를 믿고 밀어부쳐 골프 종주국에서의 첫승을 거둔 것이다.

칸은 아니카 소렌스탐과 함께 유럽과 미국 LPGA투어에서 23승을 거뒀고, 지난해 박지은과 함께 6승(퓨처스투어 5승, LPGA투어 1승)을 올렸다.

올시즌 박세리와 4승을 거두며 모두 33승을 합작한 칸에게 이번 고향땅에서 거둔 브리티시 우먼스 오픈 우승의 감회는 특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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