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 “단일화 기대해도 되겠나” 안철수 “전남대 강연 들으러 오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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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왼쪽)와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오른쪽)가 4일 전북 익산시 원불교 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에서 열린 제14대 종법사 추대식에 참석해 경산(耕山) 장응철 종법사와 손을 맞잡고 있다. 문 후보가 단일화를 공식 제안한 이날 공식 석상에서 처음으로 두 사람만 만났다. [연합뉴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를 공식 제안한 4일, 두 사람은 전북 익산에서 만났다. 원불교 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에서 열린 장응철 종법사 취임식에서다. 공식석상에서 두 사람만 만난 건 처음이었다.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데다 장소가 호남이었던 까닭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장 종법사가 접견실에서 두 후보의 손을 끌어당겨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할 때가 그랬다. 주변에서 “단일화를 중재하는 모습 같다”고 농담을 하자 문 후보는 “단일화를 꼭 이루라는 뜻”이라고 했지만 안 후보는 미소만 지으며 말을 받지 않았다. 누군가 “안 후보도 한 말씀 해달라”고 재촉했지만 그는 입을 떼지 않았다.

 두 사람은 행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앞줄에 나란히 앉아 1분여 동안 대화를 나눴다. 안 후보가 “외가가 독실한 불교신자이고 처가는 독실한 가톨릭이다. 저는 (종교가) 없다”고 하자, 문 후보는 “저희 집안도 처가도 모두 가톨릭”이라고 답했다. 단일화 얘기는 없었다.

 문 후보는 행사 뒤 익산역 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택시기사들과 간담회를 했다. 이날 오후 수도권 선대위 출범식이 예정된 상황에서도 시간을 쪼개 호남을 더 훑어보겠다는 뜻이 반영됐다. 간담회 이후 문 후보는 서울로 올라가 단일화 협상을 공식 제안했다.

 문 후보는 곧바로 자리를 떴지만 문 후보 측은 호남 총력전에 나섰다. 퇴진 압박을 받아온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2일부터 호남에 상주하고 있다. 3일 전남 순천·여수, 4일 전남 광양을 찾았다. 노무현계 문성근 시민캠프 공동대표와 명계남 정책홍보단장도 1일 광주를 시작으로 호남권 시민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안 후보도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돌고 있다. 이날 행선지는 전북 익산·군산, 광주였다. 앞서 1차 전국 투어의 시작도 2박 3일간 호남 일정으로 시작했었다. 여수·순천·목포·광주·전주 등 5곳을 다녀갔다. 이번 2차 호남투어는 단일화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호남에서 문 후보와 지지율이 좁혀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호남을 다시 찾기로 한 것”이라며 “단일화와 관련된 진전된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가 지난 2일 제주 상공회의소 강연에서 “(지난 총선 패배는) 계파를 만들어서 계파 이익에 급급하다가 총선을 그르친 분들의 책임”이라고 한 것도 호남의 ‘비(非)노무현’ 정서를 감안한 메시지였다는 얘기다. 안 후보는 광주시민과의 간담회에서 “11월 25일 전에 후보 단일화를 기대해 봐도 되나”라는 질문에 “내일(5일) 또 강연(전남대) 기회가 있으니까, 강연 들으러 오십시오”라고 답했다.

김경진 기자, 익산=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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