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캠프의 고위 관계자가 4일 “이해찬 대표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한 전략적 카드’로 자신을 활용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 2일 밤 두 분(문재인-이해찬)이 만났는데 할 수 있는 얘기는 다 하지 않았겠느냐”며 “둘이 적당한 방법을 찾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퇴진에 대해서는 “이 대표의 용퇴는 친노(노무현계)의 완전한 퇴장을 의미한다. 더 이상의 인적 쇄신이 있을 수 있느냐”고 부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2일 ‘하방(下放)’을 선언하며 호남으로 내려간 상태다.
당 안팎에서 제기된 인적 쇄신 요구에 결국 이 대표가 총대를 메고 용퇴하고, 박 원내대표는 여의도 정치권을 떠나 대선 때까지 호남에 머물며 사실상 2선 후퇴하는 해법을 마련한 셈이다. 문 후보가 박 원내대표의 사퇴에 부정적인 건 그의 퇴진이 단일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캠프 관계자는 “호남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그를 내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문 후보의 자문기구인 새로운정치위원회(새정치위)와 비주류인 김한길 최고위원 등은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안 후보가 민주당의 계파정치를 비판하면서 두 사람을 압박해 왔다. 특히 4일 단일화 원칙만이라도 약속하자는 문 후보의 제안에 안 후보가 재차 계파 청산을 주장하면서, 둘의 거취는 단일화의 변수가 된 양상이다. 이에 대한 일종의 절충안이 ‘이해찬 퇴진, 박지원 하방’ 카드인 셈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한 측근은 “(2일 밤) 문 후보와 만나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안다. 현재로선 물러날지, 안 물러날지 결정된 게 없다”고 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퇴진의 시기와 방법’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안 후보나 비주류의 압력에 밀려 물러나는 것처럼 보이면 문 후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 대표가 생각하는 것 같다”며 “오늘·내일이 아니라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문 후보는 인적 쇄신 논의와 별도로 ‘정치쇄신’을 단일화의 연결고리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2006~2009년, 서울대 법대 교수)을 공석이던 새정치위원장에 선임한 것도 쇄신 작업의 속도를 내겠다는 뜻이다. 안 위원장은 “문·안 후보 양자의 통합을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단일화를 위해 남아 있는 유일한 방법이 이것(정치쇄신)이라고 생각한다. 내일(5일) 공식적으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날 비주류 의원들의 면담 요청에 “5일 오후 4시에 만나자”고 답을 줬다. 문 후보 캠프 관계자는 “안 위원장이 이 대표의 용퇴론을 받아들이면서, 새정치위의 (박 원내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총사퇴 요구를 절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통해 이 대표와 새정치위 모두에게 출구를 마련해 주고 문 후보는 비주류 의원들을 만나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