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캠프 ‘읍참해찬’ 카드 … 단일화 자리 펴고 안철수 압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안경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캠프의 고위 관계자가 4일 “이해찬 대표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한 전략적 카드’로 자신을 활용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 2일 밤 두 분(문재인-이해찬)이 만났는데 할 수 있는 얘기는 다 하지 않았겠느냐”며 “둘이 적당한 방법을 찾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퇴진에 대해서는 “이 대표의 용퇴는 친노(노무현계)의 완전한 퇴장을 의미한다. 더 이상의 인적 쇄신이 있을 수 있느냐”고 부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2일 ‘하방(下放)’을 선언하며 호남으로 내려간 상태다.

 당 안팎에서 제기된 인적 쇄신 요구에 결국 이 대표가 총대를 메고 용퇴하고, 박 원내대표는 여의도 정치권을 떠나 대선 때까지 호남에 머물며 사실상 2선 후퇴하는 해법을 마련한 셈이다. 문 후보가 박 원내대표의 사퇴에 부정적인 건 그의 퇴진이 단일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캠프 관계자는 “호남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그를 내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왼쪽)와 추미애 최고위원이 4일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중앙 및 수도권 선거대책위원 출범식’에 참석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문 후보의 자문기구인 새로운정치위원회(새정치위)와 비주류인 김한길 최고위원 등은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안 후보가 민주당의 계파정치를 비판하면서 두 사람을 압박해 왔다. 특히 4일 단일화 원칙만이라도 약속하자는 문 후보의 제안에 안 후보가 재차 계파 청산을 주장하면서, 둘의 거취는 단일화의 변수가 된 양상이다. 이에 대한 일종의 절충안이 ‘이해찬 퇴진, 박지원 하방’ 카드인 셈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한 측근은 “(2일 밤) 문 후보와 만나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안다. 현재로선 물러날지, 안 물러날지 결정된 게 없다”고 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퇴진의 시기와 방법’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안 후보나 비주류의 압력에 밀려 물러나는 것처럼 보이면 문 후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 대표가 생각하는 것 같다”며 “오늘·내일이 아니라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문 후보는 인적 쇄신 논의와 별도로 ‘정치쇄신’을 단일화의 연결고리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2006~2009년, 서울대 법대 교수)을 공석이던 새정치위원장에 선임한 것도 쇄신 작업의 속도를 내겠다는 뜻이다. 안 위원장은 “문·안 후보 양자의 통합을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단일화를 위해 남아 있는 유일한 방법이 이것(정치쇄신)이라고 생각한다. 내일(5일) 공식적으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날 비주류 의원들의 면담 요청에 “5일 오후 4시에 만나자”고 답을 줬다. 문 후보 캠프 관계자는 “안 위원장이 이 대표의 용퇴론을 받아들이면서, 새정치위의 (박 원내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총사퇴 요구를 절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통해 이 대표와 새정치위 모두에게 출구를 마련해 주고 문 후보는 비주류 의원들을 만나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