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험생 개인정보 68만 건 빼내 장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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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원서 접수 마감 3일 전입니다. 우리 학교에 입학하면 취업은 100% 보장됩니다.”

 대학생 이모(19)씨는 올해 1월 직업전문학교로부터 수십 통의 광고 문자와 전화를 받았다. 하루에 10통씩 전화가 오기도 했다. 이씨는 “개인정보가 유출될까봐 대형 포털 사이트만 가입해 왔는데 업체들이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았을까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최근 경찰에서 “지난해 가입한 대입 진학정보 사이트 두 곳에서 당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알려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진학정보 사이트에서 빼낸 고교 졸업예정자 개인정보 11만 건을 직업전문학교 등에 판매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고모(47)씨를 구속하고 직업전문학교 대표 김모(34)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해 9월 해커 정모씨에게 400만원을 주고 국내 유명 대학 진학정보 사이트 두 곳에서 수험생 정보를 빼달라고 의뢰했다. 고씨는 빼돌린 수험생들의 성명·전화번호·주소·e-메일 등 개인정보 약 11만 건을 A직업학교와 입시전문학원 등 4곳에 1135만원을 받고 팔아 넘겼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해커 정씨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

 경찰은 또 학습지 업체를 통해 수험생 개인정보 57만 건을 빼낸 이모(51)씨도 검거했다. 이씨는 1500만원에 산 개인정보를 양모(37)씨에게 2300만원을 주고 팔았다. 양씨는 다시 이 정보를 B직업학교 입학 담당인 송모(47)씨에게 2800만원에 팔았다. 이를 4000만원에 산 A직업학교 대표 김씨는 다른 기관에 정보 한 건당 60~80원에 되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10여 년간 서울지역 중·고교에서 졸업앨범을 제작해 온 양씨는 사진을 찍다가 모은 학생정보를 직접 판매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진학정보 사이트 두 곳은 해킹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까지 시중에 불법 유통된 학생 정보 68만 건은 두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정보와 47% 일치한다”며 “유출된 개인정보는 보이스피싱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 기자 <2str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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