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신용불량자에 대출…연체율 너무 높아

중앙일보

입력

신용불량자나 저(低)신용자들을 상대로 한 대출 실험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제도권 금융기관중 최초로 현대스위스금고가 사채(私債) 이용자 및 신용불량자를 대상으로 도입한 대출(체인지론)의 연체율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미 비슷한 상품을 내놓았거나 준비중인 금융기관들은 불안한 눈길로 실험의 성공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 존폐 기로에 선 신용불량자 대출=현대스위스금고는 6월부터 시작한 '체인지론' (금리 연 48%)을 받은 뒤 첫달 이자를 내지 못한 고객이 20%를 넘었으며 지난달 도입한 연 60%짜리 '체인지론 플러스' 는 40% 이상이 첫달 이자를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체인지론은 신용불량 기록이 있거나 신용이 부족해 제도금융권에서는 돈을 빌리지 못하고 사채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2백만원까지 빌려주는 상품. 7월에는 대출한도를 3백만원으로 늘리는 대신 금리를 연 60%로 올린 '체인지론 플러스' 도 나왔다.

두 상품의 대출실적은 각각 2백30억원과 3백30억원. 이 금고가 두달간 취급한 전체 소액대출(9백억원)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현대스위스금고는 재원마련을 위해 다른 금융기관이 모두 금리를 내릴 때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8.5%로 올려 화제가 됐었다.

현대스위스금고측은 당초 체인지론은 16%, 체인지론 플러스는 20% 이내로 연체율을 유지하면 이익이 난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외형 성장과 달리 연체율이 예상을 훨씬 웃돈 것. 금고측은 부랴부랴 연체전담팀을 만들고 원인분석을 하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한 형편이다.

◇ 사후관리 소홀인가, 구조적 문제인가=금고 관계자는 "원래 금고에서는 한달에 한번씩 이자를 받는데 그냥 지나친 사람이 많았다" 며 "나중에 확인전화를 받고 이자를 낸 사람도 있어 실제 연체율은 많이 줄었다" 고 말했다. 하지만 추가로 이자를 낸 사람을 포함해도 연체율은 예상치를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대출중개 전문업체 론프로의 전병창 사장은 "채권회수 방안에 대해 면밀한 검토 없이 일본계 대금업체를 모방한 상품부터 내놓았기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2~3년 전부터 소액 급전대출을 해온 A&O인터내셔널과 프로그레스 등 일본계 대금업체의 경우 연락처 확보, 회수전문팀 가동, 꾸준한 전화연락 등 나름대로의 채권관리 노하우를 갖추고 있지만 신용금고의 경우 소액 다(多)계좌를 관리해본 경험이 없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것이다.

신용불량자들의 경우 재연체 비율이 원래 높다는 지적도 있다.

◇ 계속되는 실험=현대스위스금고의 외형적 성장에 자극을 받은 대형 금고들이 속속 비슷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한솔금고는 신용불량자 중 신용상태가 정상화됐으나 아직 기록이 남아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SOS론' 을 8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SOS론의 대출한도는 2백만원, 금리는 연 54%다. 푸른금고는 최고 연 60%를 적용하는 스피드론을 판매할 예정이다.

한솔금고 관계자는 "현재 운용처가 마땅치 않아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며 "관리능력만 있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시장" 이라고 설명했다.

최현철 기자chd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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