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은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효과 꼭 수치화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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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호 22면

“대체로 광고의 절반은 낭비다. 문제는 그 절반이 어느 부분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백화점이란 유통업태를 창안한 혁신 사업가이자 ‘현대 광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 존 워너메이커(John Wanamaker·1838~1922) 가 설파한 말이다. 그것도 이미 100년 전에…. 오늘날에도 대기업 마케팅 임원들이 최고경영자(CEO)한테서 받는 질문 중에 가장 껄끄러워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마케팅 투자 수익률은 어느 정도입니까”다. 최근 맥킨지의 설문조사를 봐도 60% 가까운 글로벌 기업 마케팅 임원들이 “정량적 마케팅 투자 최적화 모델을 도입하지 못했다”고 자인했다.

[맥킨지 컨설팅] 마케팅의 신조류

국내 업계의 친분 있는 마케팅 임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종래 마케팅 이론에 부합하지 않는 신종 소비자의 등장과 불특정 고객 접점의 확산으로 “표적 소비자를 정하고 여기에 브랜드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전달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고충을 듣는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그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디지털 채널의 다양화와 이에 따른 고객 접점의 폭발적 증가는 기업의 종전 마케팅 투자 상식을 무너뜨리고 있다.

맥킨지는 2009년 ‘소비자 의사결정의 여정(Consumer Decision Journey)’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수단을 고안했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소비자의 구매과정을 과거처럼 정형화해 대응하기 어려워진 환경을 감안했다. 미 완성차 업계의 시행착오를 보면 마케팅 패러다임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지 알 수 있다. GM과 크라이슬러는 소비자 의사결정의 ‘초기 고려 단계’에서 TV 매체 중심의 광고 마케팅을 고수했다. 하지만 조사분석 결과 ‘초기 고려 단계’에서 신제품의 브랜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뿌리려면 TV보다 SNS식 구전(口傳) 효과의 효율성이 열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승용차의 경우 소비자 ‘초기 고려 단계’에서 고려 대상에 든 브랜드와 그렇지 못한 브랜드의 최종 구매 확률이 세 배 이상인데, 두 회사는 막대한 광고비를 TV에 집중하는 바람에 초기 구매 의사결정 단계에서 일본 자동차와의 격차를 줄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포드는 지난해 익스플로러 새 모델 출시 때 전통적인 오토쇼 출품이나 TV 광고를 가급적 배제하고 페이스북 등 디지털 채널에 집중했다. 그 결과 해당 모델의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물론 전통 매체 활용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여전히 많다. 다만 디지털 채널의 중요성이 증대되는 만큼 마케팅 담당자들의 의식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을 단계별로 세분화해 그때마다 어떤 접점으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지 계량 분석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성과 수치가 뒷받침돼야 경영진을 설득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제품 정보와 사용 후기, 추천 의견을 인터넷에 올리고, 온라인 쇼핑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 또한 유구할 것이다. 매장 구축 비용 등 비효율적인 면이 많다고 해도 여전히 소비자 신뢰 구축이나 브랜드 파워 확립 등을 위한 효과적 채널로 기능하고 있다. 이렇듯 디지털 시대에도 마케팅 채널은 옛것과 새로운 것이 뒤섞여 있다. 마케팅 예산을 배분할 준거의 틀을 마련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밀어붙일 실행 과정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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