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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이색적인 봉사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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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대구 서구자원봉사센터는 추위가 풀리는 다음달부터 이색적인 봉사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이곳에선 요즘 ‘할머니 손은 사랑의 손’이라는 주제의 ‘홀로노인 사랑나눔’ 준비에 분주하다.이 프로그램에는 서구지역 1백30여명의 홀로노인들 중 60∼7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봉사활동을 받기만 한 홀로노인들이 더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러 나서는 것이다.

◇되돌려주는 ‘나눔’=월2회 영아원이나 노인치매센터 등지에서 봉사활동을 벌일 계획인 홀로노인 사랑나눔은 다음달에는 우선 대성영아원(남구 봉덕동)과 영락양로원(서구 중리동)에서 첫 활동을 펼친다.

서구봉사센터는 이에 앞서 지난해 말 복지시설 두곳에서 홀로노인들의 시범 봉사활동을 벌였다.

첫 걸음인 달성군의 노인치매센터 활동에는 할머니·할아버지 20여명이 자원해 참가했다.
이곳에서 홀로노인들은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치매노인들에게 식사용 앞치마를 둘러 주고 숟가락으로 밥을 떠 먹였다.식사 후에는 뒷정리까지 말끔히 하고 돌아왔다.

이날 봉사에 참가했던 이모(74·서구 평리동)할머니는 “도움을 받을 때는 몰랐던 뿌듯한 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두번째 시범봉사는 대구 칠곡지구의 복음양로원에서 이뤄졌다.이곳에서 서구 홀로노인들은 같은 처지의 노인이 식사하는 것을 돕고 한 나절동안 말벗이 돼 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날 활동에 동행한 서구센터의 한 자원봉사자는 “평소 집안에서 우두커니 소일하던 홀로노인들이 밝은 얼굴이 돼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펴는 것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흔히들 ‘갈 곳이 못된다’고 알려졌던 무료 또는 실비 양로원에 대한 편견을 없앤 것도 이날 봉사활동의 ‘소득’이었다.

최모(67·서구 내당동)할아버지는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할 때가 되면 친구들이 많은 양로원에 와야겠다”고 말했다.

서구자원봉사센터가 ‘홀로노인 사랑나눔’을 계획한 것은 ‘베푸는 마음’을 더 널리 펴기 위해서다.

서구자원봉사센터 신 베로니카 사무국장은 “남으로부터 도움을 받기만 하면 베푸는 마음이 더 인색해질 수 있다”며 “다른 사람의 봉사를 올바로 받아들이려면 남을 도와 봐야 한다는 생각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신국장은 “극소수이지만 홀로노인들 중에는 가정방문 봉사자의 활동을 당연시하고 조금도 감사할 줄 모르는 태도를 보여 회의를 느낀 자원봉사자들이 이탈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줄 잇는 보은의 봉사=대구 성서종합사회복지관의 정신지체장애인들도 지난해부터 ‘징검다리팀’을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징검다리팀은 복지사 등의 도움을 받아 달서구의 홀로노인·소년가장들에게 빵과 도시락을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결성된 ‘비추미 꼬마봉사단’도 매월 한두 차례 홀로노인·장애인 가정 등을 찾아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이 봉사단은 신당종합복지관에서 저녁식사를 지원받는 결식 초등학생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기환·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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