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특종비사',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방영

중앙일보

입력

1987년 1월 15일 오전 10시. 검찰 간부의 방을 돌던 중앙일보 신성호 기자(현 논설위원) 에게 한 검사가 말을 건넸다.

"경찰들 큰일났어. "

뭔가 있다고 판단한 신기자는 시치미 뚝 떼고 말을 받아쳤다.

"그러게 말입니다. 요새 경찰들 너무 기세등등했어요. "
"시끄럽게 됐어…. 어떻게 조사했기에 사람이 죽는 거야, 남영동에서 말야. "

'남영동' 은 다름아닌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어렴풋이 사건의 윤곽이 그려졌다. 보고를 받은 편집국도 비상상황에 돌입했다. 서울대 출입기자와의 공조 취재가 시작됐고, 이날 중앙일보 사회면에는 '경찰에서 조사받던 대학생 쇼크사' 란 제목의 특종 기사가 게재됐다. 사망한 대학생은 박종철(당시 21세) ,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생이었다.

박군의 사망 기사는 AP.AFP등 외신을 타고 세계로 타전됐다. 다급해진 경찰은 서둘러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 유명한 "탁치니 '억' 하고 죽었다" 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정부 발표를 뒤집는 동아일보의 특종이 이어졌다.

박군이 복부팽만 증세를 보였고 조사실 바닥에 물이 고여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관련자들이 사건 축소를 모의했다는 것까지 밝혀졌다.

EBS는 이 사건의 경위와 영향을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 '특종비사' 를 7일 오후 8시30분 방영한다. 박군의 죽음부터 6.29 선언까지 이어지는 87년 한햇동안 숨가빴던 역사의 현장이 펼쳐진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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