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북풍' 불 때 주가는 왜 떨어지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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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요즘 주식투자자들은 걱정이 많아요. 지난해 말 불거진 '북핵'문제 때문에 주가가 떨어질 것 같아섭니다.

지난해 말에 한국의 종합주가지수가 큰 폭(29.37포인트, 4.47%)으로 떨어졌던 일 기억하지요. 그때 주가가 폭락한 이유를 북핵 문제 때문이라고 말한 주식 전문가들이 많았답니다.

북한이 그동안 가동을 중단했던 원자력 발전소를 다시 돌려 핵무기를 만들지 모른다고 해서 왜 한국기업들의 주가가 떨어질까요. 틴틴 독자들 중엔 북핵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이므로 주식시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반대로 핵 개발로 북한과 미국 사이가 나빠지면 우리나라의 안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거라고 짐작하는 독자도 있을 거구요.

과거 경험으로 보면 북핵 문제와 같은 비경제적인 일들도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준답니다. 왜 그런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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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주가가 어떻게 결정 되는지부터 알아보죠.

틴틴 독자들도 잘 알고 있겠지만 주식이란 투자자('주주'라고도 하지요)들이 회사에 돈을 모아주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예요.

주식은 한 회사의 소유권인 셈이죠. 투자자들은 왜 주식을 살까요.당연한 얘기지만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예요. 투자자가 돈을 대준 회사가 장사를 잘해서 이익을 많이 내면 그 중 일부를 투자자들에게 나눠주거든요.

이를 '배당'이라고 해요. 그러니 주식을 살 때 가장 눈여겨 보는 것은 그 기업이 얼마나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느냐 하는 거예요.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시장에 상장.등록된 회사의 주식은 많은 사람이 사고팔게 되죠. 이때 이익을 많이 낼 것 같은 회사, 달리 말하면 배당을 많이 해줄 것 같은 회사의 주식은 높은 값에 거래되겠죠.

물론 증시에서 주식이 거래될 때는 배당을 얼마나 해줄 것인가 하는 점 외에도 수많은 다른 요인에 따라 주식값(주가)이 오르거나 내리곤 하죠. 주식이 거래될 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영향력이 가장 큰 요인이 투자자들의 심리상태예요.

회사의 실적이 좋아지느냐에 관계없이 많은 투자자가 불안하게 생각해 너나없이 주식을 팔자고 덤비면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테니까요. 외환위기 때 어땠는지 기억하지요.

주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하루라도 빨리 주식을 털어버릴 궁리만 했어요. 그래서 주가가 폭락했지요. 금리나 물가.환율의 변화도 주가에 민감한 영향을 주게 돼요.

일반적으로 금리와 물가가 오르면 주가는 내린다고들 해요. 금리가 오르면 주식보다는 은행 등 금리를 많이 주는 쪽으로 돈이 가기 때문이지요.물가가 오를 때도 마찬가지예요.

국가신용도에 따라 국내기업 전체의 주가가 요동치기도 한답니다. 나라의 신용등급 변화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때는 개별 회사의 내용이 어떤지에 관계없이 대부분 회사의 주가가 출렁거리곤 합니다.

그럼 다시 북핵 문제로 돌아가지요.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북한의 핵개발을 미국이 무력으로 막는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해 볼까요. 이렇게 되면 북한뿐 아니라 한국도 전쟁 소용돌이에 휘말릴 거예요.

투자자들은 일단 불안해할 겁니다. 주식을 들고 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일단 주식을 팔아서 그 돈으로 금붙이나 미국 돈인 달러를 사두려고 할거예요. 나라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사는 사람도 생길 거예요. 나라에서 발행한 채권이라 이자나 원금을 떼일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지요.

투자자들의 불안한 마음 이면에는 본인들도 의식하지 못하는 복잡한 생각들이 담겨 있어요. 주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따져보는 것이지요. 우선 금리나 물가가 뛰겠지요.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누가 돈을 빌려주겠어요.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지요. 또 물건이 귀해지니까 물가도 오를 거구요. 주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게 돼요. 국가신용등급도 떨어질 거예요.

외국인들은 불안한 마음에 투자한 돈을 빼내 자기네 나라로 돌아가겠지요.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경제는 엉망이 돼요. 기업들은 투자를 못하고 원료를 구하지 못해 생산도 제대로 못하게 되지요. 기업이 망해가는데 일자리인들 안 줄겠어요.

틴틴 여러분의 가정 경제도 어려워질 수 있어요. 부모님들의 월급이 줄고 직장도 불안해질테니 꼭 필요한 물건 외에는 가급적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겠죠. 물건 사는 사람들이 없으니 기업들은 또 생산을 줄이고,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물론 이런 사태까지 가면 안되겠지요. 1993~94년에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를 둘러싸고 한반도에 긴장이 감돈 적이 있어요. 당시에도 주가가 일주일 만에 30포인트 넘게 하락했었답니다. 물론 우려했던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어요. 그 이후에도 비슷한 위기가 몇 차례 있었지요.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말 급락했던 주가가 올해 들어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어요.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요.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이 평화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고 북한 역시 불가침 조약 체결을 바라는 등 평화적 해결책을 찾고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이 문제에 대한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만약 미국과 북한이 마음을 돌려먹고 전혀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면 불안감이 다시 커져 주식시장이 또 얼어붙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요.

결국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잘 마무리하고 다시는 이런 문제로 주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를 만들도록 노력하는 것이 틴틴 여러분과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인 것 같네요.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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