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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장쩌민계 지고 후진타오 키즈 두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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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권력교체를 앞둔 중국 인민해방군의 색깔이 바뀌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시대에 맞는 세대교체와 군 현대화, 미국의 아시아 중시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달 말 이뤄진 당 중앙군사위 산하 사총부(四總部) 지휘관과 군 주요 사령원(사령관)에 대한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공산혁명 원로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세력이 퇴진하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시진핑 부주석 계열의 젊은 신군부가 부상한 점이다. 군사위 핵심 요직인 사총부 자리를 놓고 후 주석 계열은 작전과 지휘·인사 부문을, 시 부주석 측근은 병참과 무기 개발 부문을 각각 차지한 모양새다. 사총부와 공군·해군·제2포병(전략무기 담당) 지휘관은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당대회가 끝난 후 군 최고지휘부인 중앙군사위원에 임명된다.

 우주와 무기개발을 담당하는 총장비부장에 임명된 장유샤(張又俠·62) 선양(瀋陽) 군구 사령원, 보급을 담당하는 총후근부장으로 발탁된 자오커스(趙克石·65) 난징(南京) 군구 사령원은 시 부주석과 가깝다. 특히 장 부장은 장쭝쉰(張宗遜) 전 총부총참모장 의 아들로 시 부석과 같은 태자당(太子黨· 원로나 고위간부 자녀 출신 정치세력) 계열이어서 둘 사이가 각별하다.

 반면 팡펑후이(房峰輝·61) 총참모장과 인사권을 행사하는 총정치부 주임에 임명된 장양(張陽·61) 광저우(廣州) 군구 정치위원은 후 주석 사람이다. 특히 팡 총참모장은 후 주석이 2007년 집권 후반기를 시작하면서 직접 발탁해 베이징 방어를 맡긴 인물이다. 공군 사령원으로 임명된 마샤오톈(馬曉天·63) 부총참모장은 부친이 군 장성을 지내 태자당으로 분류되지만, 후 주석이 2000년대 초반 군 현대화를 주도할 대표적인 인물로 그를 지목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후 주석의 최측근인 천스쥐(陳世炬) 국가주석 판공실 주임이 군사위 판공청 주임에 내정되면서 후의 군사위 주석직 유임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장쩌민 전 국가주석 측근들은 대거 낙마했다. 장 전 주석의 군내 파벌 관리자 역할을 했던 자팅안(賈廷安·상장) 군 총정치부 부주임이 승진하지 못한 게 대표적이다. 총정치부 주임은 부주임이 승진하는 게 관례였다. 자 부주임은 1982년 전자공업부 제1 부부장이던 장 전 주석의 비서로 들어가 30년 넘게 장 전 주석의 핵심 참모 역할을 했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 서기와 가까운 류샤오치(劉少奇) 전 국가주석의 아들 류위안(劉源·61) 총후근부 정치위원도 요직에서 배제됐다. 올 초까지만 해도 그는 장 전 주석 후원으로 차기 중앙군사위 부주석 승진이 유력했다. 장 전 주석은 집권 15년간 장군 81명을 발탁했지만 이번 인사로 자 부주임 등 6명 정도만 현직에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일본 산케이신문은 1일 “군사위 건물에 있던 장 전 주석 겸 중앙군사위 주석의 집무실이 최근 폐쇄됐는데 이는 그의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군 핵심 요직에 임명된 11명의 장성 중 9명이 1950년대 이후 출생자이며 평균 연령은 60.8세로 이전보다 5세 정도 젊어졌다. 또 대부분 군 현대화에 관심이 많고 야전경험이 풍부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왕관중(王冠中·59) 부총참모장과 인팡룽(殷方龍·59) 총정치부 부주임, 주푸시(朱福熙·57) 청두(成都) 군구 정협위원 등 5명은 50대에 요직에 기용돼 차세대 군 최고 지휘부 진출을 예약했다. 마 공군 사령원의 경우 육·해·공으로 제한된 중국 영토의 개념을 우주와 인터넷 영토로 확장하면서 중국군의 우주무기와 정보화 전력 강화를 주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요직에 기용된 인사를 보면 새 시대에 맞는 세대교체와 함께 해군과 공군의 현대화 및 전력 강화 의지가 엿보이며, 이는 미국 전략 중심의 아시아 이동에 대응하려는 목적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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