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합차 타는 총장, 학생 태워 기업 함께 방문 … 취업률 22%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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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승호 한림성심대 총장(左), 최재혁 경북전문대 총장(右)

전북의 전주비전대 홍순직(66) 총장은 지난달 24일 교수 한 명, 학생 여섯 명과 함께 충남 천안의 미용업체 본사 두 곳을 다녀왔다. 산학협약을 맺었거나 체결을 준비 중인 곳들이다. 홍 총장은 채용 담당자들을 만나 업체가 원하는 인재상을 듣고 “나중에 우리 학생들이 입사 원서를 내면 꼭 뽑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학생들은 홍 총장의 11인승 승합차를 타고 같이 다녔다. 홍 총장은 이런 방문을 위해 2010년 10월 취임과 동시에 업무용 차량을 승합차로 바꿨다. 이날 동행했던 2학년 김슬기(19)씨는 “미용업체 본사 취업은 생각도 못했는데 총장님 덕분에 취업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대졸자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취업률에서 두각을 보이는 전문대들도 있다. 이들 대학은 총장이 열정적인 리더십으로 학생 입장에서 학교를 운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업체가 원하는 인재를 기를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고치고 기업들로부터 “학생들 실력이 탄탄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전주비전대도 홍 총장 취임 전엔 취업률이 50.2%로 전국 141개 전문대 중 108위였다. 그러나 올해는 72.2%로 10위를 기록했다. 홍 총장은 “교수진이 학생을 자기 자식처럼 챙기고 산업체의 목소리를 들은 게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올 9월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World Class College·WCC)로 지정한 경북전문대도 비슷하다. 학교 설립자의 아들인 최재혁(37) 총장은 2010년 취임 후 학생 만족도에 최우선 가치를 뒀다. 건물마다 학생들을 위한 자율학습준비관과 휴게실을 설치했다. 일과 후엔 총학생회, 학과 대표, 기숙사 학생들을 만나 고민을 들었다. 최 총장은 교직원들에게 ‘학생 이름 외우기’ 운동을 제안했다. 또 학생들의 취업 면접 때 교수 동행 제도와 업체 방문 애프터서비스를 도입했다. 그 결과 취업률(64.6%)이 전문대 평균(60.9%)보다 높아지는 등 각종 지표가 동반 상승했다.

 WCC에 선정된 춘천 한림성심대도 2004년 금승호(71) 총장 취임 당시엔 신입생 충원율이 60%대에 불과했다. 일부 학과는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금 총장은 “몇 년 지나면 학교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니 신입생 충원율 90% 이하 학과는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2개 학과를 폐지하고 7개의 IT계열 학과를 4개로 통합해 정원을 줄였다. 교수들이 반발했지만 수시로 만나 설득해 동의를 얻어냈다. 그 결과 한림성심대는 2008년 특성화전문대로 뽑혔고 매년 40억원 안팎의 정부 지원비까지 받고 있다. .

◆특별취재팀=성시윤·천인성·윤석만·이한길·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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