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여우, 방사 지점 500m 내 머물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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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방사한 토종 여우. [프리랜서 공정식]

소백산에 여우가 돌아왔다.

 지난달 31일 오전 멸종위기종 복원을 위해 소백산에 첫 방사된 한국산 토종 붉은여우 한 쌍이 야생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31일 밤 경북 영주시 단산면 마락리 소백산 방사지역(해발 500m)은 초겨울처럼 기온이 뚝 떨어졌다. 1일 새벽에는 눈발이 흩날렸다.

 방사 당시 여우 KM04(수컷의 관리번호)와 KF05(암컷)는 둘러선 행사 관계자와 보도진을 보고 놀라 케이지를 나오자마자 순식간에 산속으로 달아났다. 둘 다 4월에 태어나 새끼를 낳을 수 있는 나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소속 연구원들은 곧바로 안테나를 들고 위치 추적에 나섰다. 무선추적장치가 설치된 여우는 방사 10분 만에 1㎞ 떨어진 지점에 머물렀다. 두 마리는 서로 떨어져 있었다. 연구원 4명은 24시간 현장에서 여우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있다.

 종복원기술원 권철환(52) 원장이 1일 오전 10시 이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한 마리는 현재 방사지점에서 위쪽으로 300m쯤 떨어진 곳에, 또 한 마리는 오른쪽 계곡 500m쯤에 머물고 있습니다. 큰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보아 쉬거나 자는 것으로 추정되고 밤 시간 먹이 활동은 없었습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이들 여우가 방사 전 두 달을 보낸 순흥 자연적응훈련장보다 서식 환경은 크게 나빠졌다. 권 원장은 “여우는 10월께 어미 품을 벗어나 독립한다”며 “그 시기에 맞춰 방사 일정을 잡았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방사 이후 여우가 실제 굴을 파는지, 먹이를 어떻게 잡는 지, 행동 반경은 얼마나 되는지 등 모든 행동 특성을 수집해 분석한다. 이들 자료는 앞으로 계속될 방사 때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소백산 방사지역은 소나무·전나무 등 산림이 울창한 첩첩산중이다. 또 방사 후보지였던 덕유산·오대산보다 먹이인 쥐 등 설치류의 밀도가 높았다. 종복원기술원은 방사지역 인근 도로에 여우가 그려진 ‘야생동물주의’ 간판을 세웠다. 또 올무 등도 제거했다. 여우 방사지역은 울타리가 쳐지지도 않았다. 그래도 사람이 피해를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김성철(31) 연구원은 “여우는 사람을 직접 공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인기척이 들리면 먼저 도망간다”며 “늑대처럼 떼를 지어 다니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이날 첫걸음을 뗀 국내 멸종위기 1급인 붉은여우의 방사는 지리산 반달가슴곰과 설악산 산양에 이은 백두대간의 세 번째 종복원 사업이다. 종복원기술원은 2015년까지 해마다 소백산에 여우를 10마리 이상 방사해 2020년까지 최소 존속 단위인 50마리 이상으로 개체수를 늘릴 계획이다.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던 토종 여우는 1960년대 쥐잡기 운동으로 사라졌다고 추정된다. 2004년 강원 양구에서 수컷의 사체 1구가 발견된 게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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