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친인척 인사 원칙 지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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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통령직 인수위가 '측근.정실 인사' 시비에 휘말렸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핵심 측근 李모씨의 처남과 盧당선자 부인의 조카가 '다면평가'를 받지 않고 각각 전문위원과 실무요원으로 인수위 실무진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얼핏 두 사람의 자리가 대단한 것도 아니어서 정색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盧당선자는 李씨 처남의 경우 지방 선대위 소속으로 다면평가 직접대상이 아니어서 그에 준하는 '개별평가'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또 처조카의 경우 곧 대통령 부인 여비서로 쓰기 위한 수습차원의 배려라고 설명하고 있다.

어찌보면 그럴 수 있겠다고 넘어갈 미세한 문제다. 그러나 盧당선자가 역설하는 인사원칙이 처음부터 어긋난다는 점에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盧당선자는 지난 연말 민주당 연수회에서 "걸리면 패가망신"이라는 극한적 용어까지 구사하며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 방법론으로 주위의 신망 등을 반영하는 다면평가를 핵심 인사원칙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이유야 어떻든 사실상 첫 공직 인사라 할 인수위 인선에서 원칙에 맞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다면평가 원칙을 안 지킨 대상이 '측근과 친인척'이라는 사실도 이 문제를 외면키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盧당선자는 후보시절부터 측근과 친인척에 대한 엄격한 관리를 누누이 강조해왔다.

가족.사촌 이내 친인척의 재산등록 의무화니, 권력형 비리 조사를 위한 '비리 조사처'신설.특검제 상설화 등을 공언했고 연고.정실 문화를 바꾸겠다는 선언도 했다.

친인척.측근 문제에 대한 이 같은 깊은 관심과 경계는 DJ정권의 부패와 부조리 상당부분이 이들에서 비롯됐다는 생생한 경험을 절감했기 때문일 터다. 그렇다면 사소한 인사라도 더 신중을 기해야 했다.

사소한 원칙을 지키지 않아 전체가 깨지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봐왔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전체가 헝클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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