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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방송의 꽃 VJ 전파타고 해외로 해외로…

중앙일보

입력

중국.대만.베트남의 10대들은 안재욱.베이비 복스.NRG 등 우리 가수들에게 빠져 있다.

한국산 액세서리와 옷으로 치장하고, 한국어를 배우러 다닌다. 베트남 호치민시 연예전문 잡지의 인기 순위에 오른 노래의 절반은 한국곡이다. 홍콩의 권위지 '아주주간(亞洲週刊) ' 이 묘사한 그대로 이른바 '한류(韓流) 열풍' 이다.

여기에 "우리가 이 바람을 책임지겠다" 며 차세대 VJ(비디오 자키) 들이 가세했다.

외국어를 서너개는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들은 국제 무대를 두려워 하지 않는다. 또 한결같이 한국 대중문화의 전도사를 자처한다.

특히 최근 국내에 상륙한 세계적 음악방송 MTV와 스타 TV(채널 V코리아) 가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이제, 입만 벙긋하는 VJ는 가라 - " 고 외친다.

본명 홍수경. 예명 '사라(Sarah) ' . 나이 15세. MTV 소속 VJ. 프랑스계 혼혈. 네살 때부터 한국에서 생활. 성적 전교 1등. 취미 서예. 특징 성숙미와 신비로움….

지난달 30일 오후 1시 서울 마포의 한 방송국 스튜디오.

이국적인 마스크의 소녀가 금주의 국내 가요 순위를 소개하고 있다. 노래에 맞춰 리듬을 타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오후 내내 진행된 녹화에서 NG는 단 한번도 없다. "어쩜 저렇게 자연스러울 수?? 지켜보던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진다.

많은 사람들이 사라를 보면 세번 놀란다. 먼저 그의 섹시한 모습과 거기 걸맞지 않는 순진한 미소에 놀라고, 두번째는 나이를 알고 놀라고, 세번째는 유창한 말솜씨에 놀란다.

사라는 5개국어로 생각하고, 말할 수 있다. 아버지가 프랑스인이기 때문에(엄마는 한국인이다) 불어는 그렇다치고, 영어.독어.중국어도 모국어처럼 풀어져 나온다.

점심 시간이 돼 "스테이크 사 줄까요" 라고 했더니 "얼큰한 게 좋아요" 라고 받아친다. 결국 부추 비빔밥으로 낙찰을 봤다. 이렇게 스스로 한국인화한 그의 소망은 우리 대중 가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이다. 그 통로는 세계 젊은이들의 우상인 MTV다.

혼혈이라는 사실에 콤플렉스를 느껴 본 적 있느냐고 묻자 오히려 "다르다는 건 장점 아닌가요" 라고 자신만만하게 반문한다.

이 어린 소녀의 가슴에 담긴 포부는 뭘까. "우선은 한국 대중 문화의 전령사가 되는 것이지만 궁극적인 꿈은 UN 한국대표랍니다. J'aime la Core(한국을 사랑해요) "

매주 일요일 자정이 되면 매혹적인 저음을 가진 '버니 조(32) ' 의 세계가 열린다. 그러나 국내 방송이 분명한데, 한시간 동안 그의 입에서 나오는 건 영어다. 오히려 한글 자막이 화면 밑으로 깔린다.

지난 6월 18일 개국한 채널 V코리아의 '서울 소닉' 이란 프로로 국내 뮤직비디오를 소개한다. 국내는 물론 스타 TV를 통해 전 세계 49개국에 방송된다.

미국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1993년 한국에 온 뒤 음악 프로그램 기획부터 PD, VJ 선발까지 안 해 본 일이 없다. 그러던 그가 한달 전 직접 VJ로 변신했다.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의 우수한 가수와 그룹들에게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VJ들도 이젠 전문 지식이 필수적이죠. 한국 음악의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VJ들이 더 공부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케이블 음악 방송인 KMTV의 간판 VJ인 줄리(20.본명 이현주) . 탤런트 나현희와 안연홍을 섞어 놓은 듯한 귀여운 얼굴의 그는 13년간 해외 생활을 한 덕분에 영어.불어.스페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지금은 대학생이지만, 우리 음악을 세계로 수출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지니고 있다.

'나는 톡 쏜다' . 모 맥주 광고에서 폭파장면 연기에 성공하고 캔 맥주에 입을 맞추는 스턴트맨을 기억하시는지. 그가 바로 m.net에서 VJ로 활동하고 있는 제롬(24) 이다. 탁월한 외국어 능력과 톡톡튀는 엽기적 진행으로 동남아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했다.

최근 각 음악 방송에서는 이처럼 언어 능력과 국제적 감각을 갖춘 VJ를 찾는데 혈안이 돼 있다. '한류 열풍' 이란 화두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이들이 진행하는 외국어 방송이 세계로 나갈 때 국내 가수들의 해외 진출도 더욱 활발해 질 것이다.

이들 차세대 VJ들이 엮어내는 제 2의 한류 열풍은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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