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때보다 아파트값 10% 급락…수도권 16만6823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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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용ㆍ최현주 기자] 2006년 6억8000만원을 투자해 용인시 수지구의 전용면적 134㎡ 아파트를 산 신모(56ㆍ여)씨. 3억4000만원을 대출 받아 집을 샀지만 현재 거래가는 5억5000만원 선이다.

신씨는 “원금은 못 갚고 매달 130만 원씩 이자만 내고 있다”며 “팔려고 내놨지만 1년 넘게 집을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다”고 하소연했다. 주식투자로 치면 '상투'를 잡은 셈이다.

신씨 같이 이른바 '상투 아파트' 소유자가 가장 많은 곳은 김포(2만190가구)였다. 용인 수지구(1만8787가구), 파주(1만6638가구), 고양 일산서구(1만5733가구), 인천 서구(1만4150가구)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을 포함, 구입 당시보다 10% 넘게 가격이 떨어진 아파트는 9월 현재 수도권에만 모두 16만6828가구에 달했다. 집값이 자신이 산 가격보다 10% 이상 떨어져 손해를 본 집주인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집값이 더 떨어지면 이들 지역에서 '하우스푸어'가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집값 더 떨어지면 하우스푸어 속출

3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처럼 집값 '상투'를 잡은 '하우스푸어' 실태가 처음 확인됐다고 밝혔다. 수도권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다.

금융 당국이 전수조사를 통해 상투아파트 실태를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상투 아파트 보유자 중엔 부동산 경기가 꼭지점을 찍은 2007년~2008년 전후에 아파트를 구입한 이들이 많았다.

상투 아파트 밀집 지역은 주로 대단지 아파트가 많이 들어선 곳들이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리영 책임연구원은 “김포ㆍ용인ㆍ파주 등은 수요가 적은 중대형 아파트를 많이 지은 것이, 청라지구·검단신도시가 들어선 인천 서구는 각종 개발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보니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앞으로 경기가 나빠지면 이들 가구부터 부실이 터져나올수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상투 아파트’를 담보로 금융권에서 받은 주택담보 대출 규모는 총 13조9000억원에 달한다.

가구당 대출액은 ▷서울 3억1000만원 ▷경기 1억4000만원 ▷인천 1억원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이들 가운데 58.6%인 9만7758가구가 대출 원리금 때문에 생계에 지장을 받는 ‘하우스푸어’인 것으로 파악했다.

단국대 부동산학과 김호철 교수는 “이들 '상투 아파트'는 이제 집주인을 넘어 세입자ㆍ금융권에 부담을 주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부동산 경기가 더 내려가면 집을 팔아도 대출금ㆍ전세금을 못 갚는 ‘깡통아파트’가 늘어나 금융ㆍ부동산 시장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투 아파트’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과천ㆍ분당 등 ‘준(準) 강남권’의 집값 하락이 두드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과천의 고점 대비 아파트 가격 하락률은 25.7%로 수도권에서 가장 높았다. 정부종합청사가 세종시로 이전하는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 용인 수지구(24.1%), 성남 분당구(20.1%), 용인 기흥구(18.5%) 등도 집값 하락 폭이 컸다. 평촌으로 불리는 안양 동안구도 13.3% 내렸고, 서울 노른자 지역인 강남ㆍ송파ㆍ양천구도 하락률이 10%를 넘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이른바 부동산 불패 신화의 진원지인 ‘버블 세븐’ 가운데 서울 서초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집값이 고점보다 10% 넘게 곤두박질친 셈"이라고 말했다.

◇하우스 푸어=대출을 끼고 집을 샀지만 집값 하락 등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를 일컫는다. 분석을 하는 정부기관ㆍ연구소ㆍ언론마다 추산 방식이 달라 적게는 7만 가구에서 많게는 198만 가구로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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