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층 치아균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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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5면

K씨(35)의 별명은 '병따개'. 이로 병 뚜껑을 잘 딴다고 해서 이런 애칭이 붙을 정도여서 치아의 건강을 자신했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이가 시리고, 음식을 먹을 때는 물론 밤에도 잠을 설칠 정도로 통증이 심해 치과병원을 찾았다.

진단결과는 치아 균열증. 이에 미세한 금이 가 신경이 노출됐던 것. 시리고 통증이 심한 것은 균열된 틈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물질의 자극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세한 금이 광(光)투과검사나 염색검사와 같은 세밀한 검사를 통해야 확진될 정도로 육안으로는 쉽게 판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평소 건강한 이를 가졌다고 자신하는 환자들은 동네 치과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해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도 많다.

연세대치대병원 보존과 노병덕 교수팀이 2001년 한해 동안 치아 균열이 의심되는 1백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백54개의 치아 균열을 발견했다.

남자가 83명으로 여자보다 1.2배의 치아 균열을 보였다. 연령별로는 40대 이상이 58%로 나와 우리나라 중년층의 건강하지 못한 치아상태를 보여줬다.

국내 처음 조사된 이번 한국인 치아 균열 조사에서 치아 균열은 음식물을 주로 씹는 위.아래 어금니에서 대부분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위쪽 어금니의 균열률이 33.8%로 가장 높았다.

노교수는 "딱딱한 음식을 선호하는 식습관과, 치아를 함부로 다루는 생활습관이 중년 이후 치아 균열의 원인"이라며 "일단 균열이 생긴 치아는 자연적으로 다시 붙지 않으므로 조기에 진단해 치료할 것"을 권했다.

특히 40대 이후엔 단단한 고기뼈를 즐겨 씹는다거나 오징어와 같은 건어물이나 딱딱한 과자를 먹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아로 병뚜껑을 따거나 호두를 깨는 행위도 금물이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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