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2003 핫이슈] 2. 강남권 10~14층 아파트 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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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상 중층아파트(보통 10~14층)는 지난 한해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상반기에는 강남권 학군 수요와 재건축 재료 등이 겹치며 아파트 값이 크게 뛰었다.

하지만 정부가 하반기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및 자금출처 조사 등을 골자로 한 부동산 안정대책을 잇따라 내놓은 데 이어 대치 은마아파트가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으면서 값이 떨어졌다.

올해는 중층아파트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오는 7월이면 재건축사업을 한층 어렵게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된다. 연말께는 일부 고밀도 아파트지구의 기본계획이 마련돼 사업성이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안전진단을 강화한 데 이어 재건축 허용 연한을 종전의 20년에서 40년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반면 재건축조합 움직임도 만만찮다. 중층아파트의 대표 주자격인 은마아파트는 지난 연말 강남구에 안전진단을 재신청했다. 다른 강남권 중층아파트들도 잇따라 시공사를 선정하고 안전진단도 신청하고 있다.

◇곳곳에 '암초'=서울 시내 중층아파트의 상당수는 고밀도 아파트지구에 속해 있다. 중층아파트 재건축은 서울시가 수립 중인 13개 고밀도지구 개발기본계획이 확정된 후부터 가능하다. 시는 잠실.여의도.반포.서초.청담도곡.서빙고지구 등 6개 지구는 올해 말까지, 이수.가락.압구정 등 7개 지구는 내년 말까지 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는 그동안 아파트 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전에는 재건축을 불허해왔기 때문에 일단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다는 자체는 중층 재건축의 청신호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용적률. 시는 이들 아파트의 재건축 최고 용적률을 2백50% 이하로 제한할 방침이다. 현재 해당 자치구는 기본계획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조합설립 인가 등의 행정절차를 일절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최소한 1~2년은 무작정 손놓고 기다려야 한다.

특히 시가 지구단위계획 수립 대상을 현행 3백가구 이상의 단지에서 20가구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어서 사업추진이 더 어려워지게 됐다.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통과도 힘들어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8.9 대책 이후 안전진단 심의를 강화하고 사전 안전진단 평가를 받도록 유도하고 있다. 안전진단을 통과한다 해도 개발기본계획수립 일정에 따라 재건축 추진이 지연될 수도 있다.

재건축 허용 연한이 40년으로 강화됨에 따라 지은 지 20년도 안돼 재건축을 추진하려던 단지들은 초반부터 발목을 잡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지별 희비 엇갈릴 듯=이처럼 재건축 환경이 나빠지면서 중층아파트의 투자가치를 높게 보는 전문가들은 별로 없다. 현재 용적률이 2백% 안팎이어서 최고 2백50%를 받더라도 일반 분양분 없이(1대 1 재건축)기존 조합원들이 평수를 넓혀 가는 정도다.

일반 분양분이 있어도 전용면적 18평 이하 주택을 20%까지 의무적으로 짓도록 하는 소형 평형 의무 건축 비율제도를 지켜야 해 수익성은 별로 좋아지지 않는다.

결국 사업에 필요한 추가부담금을 조합원들이 모두 부담해야 해 수익성이 떨어져 사업기간이 길어지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커진다. 관악구 신림동 K아파트는 1997년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지만 주변 시세가 낮고 조합원들 추가 부담금이 많아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하지만 모든 중층아파트가 전혀 매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변 시세가 높은 곳은 단기적으로 시세가 뛰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4월 사업승인을 받고 이주 중인 서초구 서초동 삼익아파트의 경우 사업승인을 전후해 평형별로 1억~1억5천만원씩 단기 급등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주변 시세에 따라 재건축 가능 여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한다. 조인스랜드컨설팅 백준 사장은 "해당 아파트 시세가 다소 저평가돼 있고, 입주 후 주변 아파트 시세가 높아야 적격"이라며 "다만 최근 매매값이 너무 상투권이라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투자가치가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리주 닷컴 김종수 부장은 "중층아파트는 실수요자 목적에서 접근하는 게 좋고, 투자가 목적인 사람은 정책변화를 봐가며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서미숙 기자

<바로잡습니다>
◇1월 7일자 E15면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진달래 2, 3차 아파트 재건축 진행상황을 '조합설립인가 신청'에서 '조합설립인가'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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