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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문대인이다 (상) 현장 중심 교육이 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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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달 29일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실습장에서 2학년 학생들이 국창호(가운데) 교수로부터 전기자동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김경빈 기자]

“바로 이 장비가 1세대 하이브리드 모터입니다. 실제로 일본 도요타의 프리우스 차종에 쓰이던 모델이에요.”

 지난달 29일 경기도 안양의 대림대 도요타 T-TEP(기술교육프로그램) 실험실. 국창호 자동차학과 교수가 학생 10여 명에게 자동차 모터를 보여주며 친환경 자동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20분간의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이 남은 30분 동안 차례로 모터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특성화고 자동차과 출신인 2학년 최주현(22)씨는 “고교 땐 장비가 없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책으로만 배웠는데 우리 학교에선 직접 만져 볼 수도 있어 이해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 학과는 자동차 제작이 가능한 종합실습실 등 10여 개의 실습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학과의 올해 취업률(9월 기준)은 73%나 된다. 상당수 졸업생은 현대·기아차 같은 완성차 업체나 자동차 부품업체 등에 정규직으로 취직한다. 김필수 교수는 “마이스터고·특성화고에 비해 실습시설이 많고 4년제 대학보다 교수진의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는 게 우리의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청년은 구직난, 기업은 구인난을 호소하는 요즘 전문대의 선전이 돋보이고 있다. 전문대의 평균 취업률은 60.9%(올 6월 1일 기준)로 4년제 대학(56.2%)보다 높다. 기업들의 만족도도 상당하다. 비결은 산업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인력을 맞춤형 교육으로 배출하는 데 있다.

 대림대 자동차학과는 기업 요구를 교육과정에 탄력적으로 반영한다. 한 해에 대여섯 차례 기업 실무 담당자를 초청해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듣고 다음 해 수업 개설 때 활용한다. 부산경상대의 광고·인테리어디자인과는 광고 공모전 참여를 한 학기 수업과정으로 개설한다. 2010년 개최된 서울 G20 정상회의 당시 심벌로 쓰인 ‘서울의 등불’도 당시 이 학과에 다니던 장대영(25)씨 작품이다. 장씨는 “학과 수업이 과제와 실습 위주로 이루어지다 보니 공모전 준비가 별로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대 교수진의 풍부한 현장 경험도 한몫한다. 신성대(충남 당진)의 제철산업과는 관련 기업 임직원들을 겸임교수로 초빙해 수업을 듣는다. 그 덕분에 지난 4년간 졸업생의 90%가 현대제철 등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전문대생에 대한 기업 반응도 우호적이다. 최성식 현대해상 인사부장은 “2~3년 내내 실무교육을 충실히 받은 덕분인지 전문대 출신들은 현장에 투입했을 때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성과가 알려지면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다시 전문대에 입학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구보건대에는 매년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 300~400명이 지원한다. 4년제 대학의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는 이 학교 치기공과에 입학한 2학년 이성수(30)씨는 “기술을 가진 전문가가 되고 싶어 지원했다”고 말했다.

 제2, 제3의 직업을 찾기 위해 전문대를 지원하기도 한다. 종이접기 강사인 엄방자(47·여)씨는 올해 경인여대 피부미용과에 입학했다. 그는 “한 가지 분야의 기술만으론 평생 동안 직업 유지가 어려울 것 같아 진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고졸 재직자 특별전형’을 만든 전문대는 지난해 4곳(127명)에서 올해 20곳(1195명)으로 늘었다. 나승일(농산업교육) 서울대 교수는 “국가경쟁력을 위해선 숙련 인력 수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 역할을 전문대가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성시윤·천인성·윤석만·이한길·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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