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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 몬트리올, 트레이드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양 구단 모두 같은 처지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그 동안 눈독들이던 일본산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와 쿠바발 '특급' 호세 콘트레라스를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영원한 라이벌, 뉴욕 양키스에 모두 빼았겼다.

게다가 <고향앞으로>를 선언할 것으로 보이던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마저도 뉴욕 잔류를 선언했다. 3전 전패(판정패).

레드삭스의 CEO, 루치노가 양키스를 '사악한 제국(Evil Empire)'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양키스에 대한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한편, 몬트리올 엑스포스는 '에이스' 바톨로 콜론을 1루수 닉 존슨과 차세대 유망주 후안 리베라와 맞바꿀 것을 뉴욕 양키스에 제안했다가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1전 1패(KO패).

뉴욕 양키스로부터 상처 입은 동지의 동병상련일까? 아님, 꿩 대신 닭의 심정일까?

이 두 구단이 소속팀의 주축 선수들의 패키지 딜을 추진하고 있음이 보스턴 헤럴드를 통해 밝혀졌다. 보스턴 헤럴드는 4일(한국시간) 기사에서 모종의 트레이드를 위한 물밑 교섭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밝혔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2002시즌 올스타에 뽑힌 3루수, <셰이 힐랜브랜드+ 유망주> 패키지를 몬트리올로 보내고, 몬트리올은 바톨로 콜론 혹은 하비에르 바스케스 중 1명을 보스턴으로 보내는 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

그 동안 이 교섭은 보스턴의 '좌완 유망주' 케이시 포섬을 딜에 포함시키자는 몬트리올의 주장에 보스턴측이 단호하게 거절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었다.

하지만, 도미니카로 휴가를 떠났던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오마르 미나야 단장이 귀국하는 4일(한국시간) 이후로 이 딜은 급진전될 것이라는 전망을 보스턴 헤럴드는 제시하고 있다.

케이시 포섬을 보스턴이 패키지딜에 포함시킬 경우, 이 딜의 성사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예상되며, 몬트리올은 힐랜브랜드를 영입할 경우 고액연봉의 3루수 페르난도 타티스(연봉 525만달러)를 트레이드할 것으로 예상된다.

ESPN 선정 '2002 시즌 최고의 선발진'에 뽑힌 양키스의 선발진(데이빗 웰스-로저 클레멘스-마이크 무시나-앤디 페티트-올란도 에르난데스 혹은, 호세 콘트레라스)에 맞서기 위해서 보스턴의 바톨로 콜론 영입은 필수적이다.

게다가, 보스턴이 2003시즌에 가동할 '집단 마무리' 시스템인 좌완 앨런 엠브리와 우완 마이크 팀린,밥 하우리, 라미로 멘도사가 책임질 뒷문단속은 우게스 어비나의 그것만큼 미덥지 못하다는 점이 테오 엡스타인의 머릿속을 혼돈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양키스의 클로저, 마리아노 리베라가 통산 281 SVO(세이브 기회)중에서 243 세이브를 올려 86.5%의 성공율을 보인데 반해, 4명의 집단 마무리체제는 300 SVO 중에서 187 세이브를 올려 62.3%의 성공율만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양 팀의 마무리의 수준차는 예사롭지 않다.

''마무리의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카드로 2002시즌 선발로의 전환에 대성공을 거둔 데릭 로우의 '마무리 복귀'라는 비상 수단도 엡스타인은 구상해야 한다는 것. (로우는 2000년 42세이브를 기록해 아메리칸리그 세이브 1위에 올랐다.)

결국, 데릭 로의 마무리 전환에 대비하기위한 '보험용 카드'로 바톨로 콜론 이나 하비어 바스케스의 영입은 보스턴 입장에서는 절실한 상황.

게다가 콜론의 2002시즌 연봉이 불과 450만달러의 헐값이라는 경제적인 매력도 재정적 위기에 허덕이는 보스턴 입장에서는 간과할 수 없는 좋은 조건이다.

리그 최정상급의 클로저, 김병현을 영입하기 위한 카드로 힐랜브랜드를 제시했다가 거절당했던 보스턴의 입장에서는, 차선책으로 선발진을 영입을 한 후, 팀내에서 적절한 마무리감을 물색하는 방안도 예일대 출신의 명석한 단장, 엡스타인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

선수 영입 경쟁에서 양키스에 완패한 레드삭스.

게다가, 양키스가 클레멘스와 계약을 성사시킨 후, 거의 버리다시피한 라미로 멘도사마저 끌어안은 레드삭스. 전력 보강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전통의 라이벌로서의 자존심은 심하게 구겨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메이저리그의 '초호화군단', 뉴욕 양키스에 맞서기 위해서는 모든 경우의 수를 미리 다 맞춰봐야하는 '가난한(상대적으로) 구단' 보스턴의 고뇌가 옅보이는 대목이다.

어쩌면, 1920년 뮤지컬 'No, No, Nanette'을 공연할 자금 마련을 위해 레드삭스의 구단주, 해리 프래지가 양키스에 팔아넘긴 베이브 루스의 '밤비노의 저주'가 아직까지도 레드삭스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

밤비노의 저주는 월드시리즈의 문턱에는 물론, 선수 영입의 길목마저 가로막고 레드삭스를 괴롭히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양키스와 비슷한 전통, 같은 디비전 라이벌로 엮어버린 메이저리그의 점철된 역사를 탓할 수 밖에 없는, 레드삭스의 '슬픈 자화상'인 동시에 '최대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이지우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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