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젊은연주자들 삿포르서 '여름향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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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의 휴양도시 삿포로(札幌) 의 여름은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젊은이들이 연주하는 관현악의 팡파르로 시작한다.

남부 구릉지대에 위치한 주말 가족 나들이 코스인 '예술의 숲' , 도심의 한적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나카지마(中島) 공원 내의 삿포로콘서트홀 '기타라' , 도심을 가로지르는 산책로 오도리(大通) 공원 등 도시 전체가 음악 무대로 탈바꿈하면서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

올해 제12회째를 맞는 태평양음악제(PMF) 덕분이다.

지난 7일 개막한 PMF의 하이라이트는 7월 매주 주말 오후 예술의 숲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피크닉 콘서트. 온 가족이 도시락을 즐기면서 야외 음악회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숲과 공원으로 둘러싸인 삿포로의 장점을 살려 시민과 함께 하는 자연 친화적인 페스티벌로 발전했다.

*** 시민과 함께하는 페스티벌

PMF 오케스트라는 20일 삿포로 콘서트홀에 이어 이튿날 예술의 숲 야외무대에서 드뷔시의 '바다' , 라벨의 '스페인 광시곡' ,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등 20세기 음악만으로 꾸며진 프로그램을 연주했다.

31개국 출신 1백17명의 단원 중 한국인으로는 김주.송희근.강보람.유주희.박은상(바이올린) , 김민경(첼로) , 이연주(오보에) .최나경(플루트) 등 8명이 참가했고 특히 바이올린과 목관 파트의 수석주자를 맡아 음악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22일 오후 무라야마 공원에서는 대형 트럭을 개조해 만든 이동식 무대에서 내레이터.연극.발레 등을 곁들인 스트라빈스키의 '병사의 이야기' 공연이 끝나자 노부오 가수라(桂信雄) 삿포로 시장이 무대에 올라 지휘자 샤를 뒤투아에게 꽃다발을 건네 박수갈채를 받았다.

*** 연주자도 8명 참여

PMF는 1990년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의 주창으로 음악을 통한 국제교류와 세계평화 구현을 목표로 시작된 음악제. 베이징(北京) 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천안문 사태로 개최지가 바뀌었다.

PMF는 세계 각국에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청소년들을 초청, 빈필하모닉을 비롯한 세계적인 교향악단의 수석주자들이 시범 연주 및 실내악 레슨을 실시하는 교육 프로그램(PMF 아카데미) 과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및 실내악단을 구성해 실내외 무대에서 연주하는 음악제의 성격을 함께 띠고 있다.

PMF오케스트라(음악감독 샤를 뒤투아) 는 21세기 세계 악단을 이끌어갈 젊은이들이 음악이라는 '만국 공통어' 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월드 오케스트라인 셈이다.

*** 청소년 음악가 체험의 현장

홋카이도.삿포로시.일본 문화청 등이 주최하고 노무라증권.일본항공.도요타자동차.마스시다 전기 등이 협찬하는 PMF의 예산은 약 7억엔(75억원) . 97년 제8회 PMF 개막공연으로 문을 연 삿포로 콘서트홀(2천8석) 의 개관으로 명실공히 국제 수준의 음악제로 도약했다.

공식 보고서 작성 및 홍보.연주자 섭외 등으로 연중 무휴로 운영되는 PMF사무국도 삿포로콘서트홀 내에 자리잡고 있다. 오디션, 홍보 등의 일을 하며 연중 업무를 계속한다. 70여명으로 구성된 PMF 자원봉사자들의 활동도 눈부시다.

PMF 실내악 프로그램의 주임교수를 맡고 있는 페터 슈미틀(빈국립음대 교수.빈필하모닉 수석주자) 은 "특히 오케스트라 경험이 짧은 청소년들에게 실내악 앙상블 훈련은 필수적" 이라며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엔 빈필 8중주단 등 10여개의 실내악단이 활동 중" 이라고 소개했다.

삿포로=이장직 음악전문기자 〈lull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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