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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치 않은 뒷맛 남긴 소프라노 조수미 콘서트

중앙일보

입력

오페라 배역을 늘려가면서 뮤지컬이든 팝이든 모두 소화해내는 전천후 가수가 되는 것은 모든 성악가의 꿈이다.

크로스오버 앨범 '온리 러브' 의 성공에서 보듯 소프라노 조수미의 경우는 이런 욕심이 '희망사항' 에서 그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다.

새앨범 '기도' 는 종교음악은 물론 가곡.오페라.오페레타.뮤지컬.영화음악.흑인영가에 등장하는 기도의 순간들을 담아낸 또하나의 크로스오버 작업이다.

하지만 이 수록곡을 무대에 올린 조수미 콘서트(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 음반 프로모션 투어였다.

크로스오버나 합창을 동반한 레퍼토리를 비롯해 모든 프로그램에서 마이크 확성장치가 사용됐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합창이 풍부하게 들린 것도, 객석에서는 거의 눈치챌 수 없을 정도였지만, 마이크 덕분이었다. 공연장의 음향사정만 탓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앙코르곡에선 미리 준비된 녹음 테이프를 반주음악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독창에서도 조수미의 평소 역량이 십분 발휘되지 못해 아쉬웠다. 객석을 꿰뚫는 고음(高音) 의 통쾌함도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화려한 기교나 다채로운 음색의 스펙트럼도 찾아볼 수 없었고, 평범하다 못해 권태감마저 느껴졌다.

리릭 소프라노로 음역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겪는 과도기적 현상일 지도 모르지만 관현악(코리안심포니.지휘 최선용) 과 합창(수원시립합창단) 의 힘에 의지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모차르트의 '알렐루야' 등 무려 다섯 곡을 앙코르곡으로 들려줬지만 메인 프로그램의 아쉬움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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