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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시베리아 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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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해 12월 25일 러시아는 시베리아 철도 전철화(電鐵化)사업의 완성을 발표했다.

1929년 사업 착수 후 72년 만이다. 이로써 시베리아 철도는 2단계 진화가 마무리됐고 앞으로는 한반도 철도와의 연계를 통한 제 3단계 진화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시베리아 철도사업은 대륙국 러시아의 동방진출 전략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시베리아가 아시아 대륙의 4분의1을 차지하는 광활한 지역인 데다 석탄과 석유.니켈.동(銅) 등 각종 천연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고 전략적으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베리아는 기원전 2세기 훈족 시대부터 6세기의 투르크계(系)제국, 13세기의 몽고제국, 16세기의 '시비리 한국(汗國)'때까지 아시아의 땅이었다.

또한 한민족에게는 극동 시베리아에 존재했던 고대왕국 발해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역사적.인류학적으로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아시아의 땅에 서양인이 몰려든 것은 16세기부터다. 당시 러시아는 상인들과 코사크 용병들을 활용해 하루에 1백리씩 영토를 넓혀갔고 이들과 충돌한 '시비리 한국'은 결국 1598년에 소멸됐다.

러시아의 시베리아 경략사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상인 중 한명이 '스트로가노프'다. 그의 위명은 요리에 살아남아 지금도 커다란 덩어리의 먹음직스런 비프스테이크를 '스트로가노프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17세기 들어 러시아 황실은 하바로프 등의 개인탐험대와 국가탐험대를 잇따라 파견해 이 지역의 자연과 인문.지리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튜멘 석유지대를 비롯한 톰스크.크라스노야르스크.야쿠츠크 등 전략 요충지와 자원 밀집지대에 도시들이 형성됐고 1891년엔 경제개발과 지역 장악권을 확고히 하고자 시베리아 철도 건설이 시작됐다. 러시아는 이후 계속해 시베리아 철도 활성화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러시아 지도부는 21세기 러시아의 신국가경략사업의 하나로 시베리아 철도와 한반도 철도의 연결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 핵 위기 해소 후 한국이 희망하는 동북아 주도국 부상을 위해선 시베리아와 이 문제에 대한 천착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학술진흥재단이 러시아 지역연구사업단(단장 권원순 한국외대 교수)을 구성해 시베리아에 대한 본격적인 지경학적 기초연구에 착수한 것은 의미가 크다.

김석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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