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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가 극찬한 ‘엘더플라워’ 당뇨·노화 방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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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더플라워로 만든 영국의 전통 음료 ‘엘더플라워 코디알’은 면역력을 위해 여행 중 꼭 먹어야 할 10대 음식으로 꼽힌다. [중앙포토]

우리나라에 홍삼이 있다면 유럽엔 엘더플라워가 있다. 엘더플라워는 엘더나무의 꽃이다. 이 나무는 유럽·아시아·북아프리카·북미대륙의 그늘지고 습한 지역에서 자라는 낙엽활엽관목이다. 역사적으로 잎·나무껍질·꽃·열매 모두 약용으로 사용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기원전 460년께 그의 저서에 “인간의 가장 훌륭한 의사는 자연이고, 엘더나무는 자연의 약 상자(천연치료제)”라고 기록했다. 지금도 미국과 유럽에선 엘더나무의 꽃과 열매를 원료로 한 식품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최근 엘더플라워 추출물을 담은 제품이 출시됐다. 유산균 발효유 제품으로 새로운 건강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유럽인들 사이에서 ‘원주민의 약 상자’로 일컫는 엘더나무의 꽃과 열매가 국내 소비자에게선 어떤 반응으로 나타날까.

당뇨병·감기 치료제로 쓰인 엘더플라워

엘더나무의 꽃 ‘엘더플라워’는 민간에서 각종 질병 치료제로 쓰였다. 당뇨병이 대표적인 질환이다. 췌장에서 분비하는 인슐린은 체내 혈당을 낮춘다.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혈당 조절이 잘 안 된다. 아일랜드 북부지역 한 연구팀은 엘더플라워가 실제로 혈당 수치를 떨어뜨리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엘더플라워 추출액에 쥐의 췌장 세포를 담가 배양했더니 췌장 세포에서 인슐린이 원활하게 분비됐다. 인슐린 분비량은 엘더플라워 추출액을 넣은 만큼 비례했다. 추가적인 임상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이 연구 결과는 당뇨병 치료제 개발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엘더플라워는 수세기에 걸쳐 감기약으로 사용됐다. 엘더플라워에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바이러스 증식을 저해하고 박테리아를 막아준다. 만성기관지염·폐렴 등 감기바이러스로 인한 2차 감염(중복감염)도 막을 수 있다. 바이러스의 증식 속도도 늦춘다. 이에 유럽에서는 엘더플라워에 설탕을 넣어 만든 코디알(cordial)이라는 전통음료를 감기약으로 사용해왔다. 특히 기온변화가 심해 감기에 잘 걸리기 쉬운 영국인에게 사랑을 받아 온 이유다. 현재까지도 엘더플라워 추출물을 넣은 주스와 건강식품을 해외 다수의 천연식품 전문매장에서 접할 수 있다.

 엘더플라워는 약용물질인 아미린, 출혈성 질병을 막아주는 루틴, 항염·항산화 작용을 하는 루페올 등 각종 유기산과 클로로겐산, 트리터페노이드를 함유하고 있다. 또 강력한 항산화 효능이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엘더플라워를 노화방지 화장품 원료로 사용했다. 엘더플라워를 화장수로 사용하면 여드름이나 뾰루지를 호전시킨다. 해수욕 후 손상된 피부를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미백효과와 피부 트러블 방지에도 탁월하다. 엘더플라워 추출액을 상처 부위에 바르면 염증이 완화된다. 몸을 찜질하면 동상이나 피부염도 개선시킨다.

 엘더플라워의 향기도 건강에 이롭다. 목의 통증을 줄이고 충혈된 눈과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한다. 진하게 우려낸 엘더플라워 차(茶)는 식후 구강청결제 역할을 하며 구취도 제거한다. 엘더플라워 차는 감기와 인후염 등 폐질환과 기관지질환 증상을 개선하는 데 이용돼왔다. 민간요법에서는 독감 초기에 엘더플라워 꽃과 페퍼민트를 달여 마시기도 했다.

항산화력 탁월한 엘더베리

엘더나무의 열매 부분인 ‘엘더베리(사진)’는 과거 이질과 설사로 고생한 농민들이 치료제로 사용했다. 엘더베리는 면역력을 높이고 항산화 능력이 탁월하다. 베리의 검은색을 내는 물질인 플라보노이드 덕분이다. 플라보노이드 중 케르세틴·루틴·안토시아닌 등 활성성분은 인체 면역기능을 강화하고 호흡기 질병을 예방한다. 특히 야생에서 자란 엘더베리의 안토시아닌 함량은 100g당 450~600㎎이 들어 있다. 포도(120㎎)보다 약 5배나 많다. 비타민 A와 B1, B2, B6, C도 함유돼 있다. 엘더베리는 전통적으로 기침과 콧물에 의한 코막힘, 가래 및 발열이 수반된 감기 및 독감, 통증 및 근육통을 치료하는 데 쓰였다.

 이스라엘의 바이러스 학자 뭄쿼글루 박사는 엘더베리 성분이 바이러스의 표면에 나타나는 적혈구 응집소 돌기의 활성을 무력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돌기들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바이러스들이 세포벽을 뚫고 세포 안으로 침투해 자가 복제를 할 수 없다. 이를 근거로 엘더베리 추출물을 함유한 항바이러스 약이 개발되기도 했다. 심지어 에이즈 환자에게서 채취한 세포주에 엘더베리 추출물을 넣고 최대 9일간 배양했을 때 HIV 항원이 발견되지 않은 실험 결과도 나왔다.

 국내에서 엘더플라워로 첫선을 보인 제품은 한국야쿠르트의 ‘7EVEN(세븐)’이다. 7가지 프로바이오틱스 1000억 마리가 든 유산균 발효유 제품으로 엘더플라워 추출물을 첨가했다.

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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